주가 오르고 환율 내리고 25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마감한 코스피(1,915.71)와 원-달러 환율(1116.30원)이 선명하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영향으로 이날 주가는 34개월 만에 최고치로 뛴 반면에 환율은 크게 하락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글로벌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던 환율 갈등이 G20 경주회의에서 ‘시장 결정적인 환율 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자제한다’는 합의로 봉합되면서 일단 환율전쟁의 먹구름은 걷혔다는 인식을 시장이 확인한 것이다. 특히 이번 합의로 세계 각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힘들어지면서 기존의 ‘달러 약세’와 ‘신흥국의 통화 강세’ 구도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 완화 수준 △중국의 위안화 절상 속도와 폭 △글로벌 경제의 회복 강도에 따라 환율 갈등은 언제든지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슈퍼 엔고’를 두고볼 수 없는 일본이 다시 시장 개입에 나설 경우 환율전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은 22일 G20 경주회의 첫날 한국 증시에서 5040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데 이어 25일에도 5040억 원을 사들이며 종합주가지수를 2년 10개월 만에 1,910 선 위로 끌어올렸다. 외국인이 돌아오면서 종합주가지수는 이날 연중 최고치를 갈아 치웠고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도 1062조1731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증시도 외국인 자금 유입이 거세지면서 이날 2.57% 급등했으며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1% 안팎으로 동반 상승했다. 유럽 증시도 오후 9시 현재 강한 상승세로 출발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은 “G20 경주회의 결과는 최근 지속돼 온 유동성 장세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며 “외국인의 아시아 매수세가 지속되고 한국과 중국 등은 경상수지 흑자 누적까지 계속되면서 아시아 시장의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러화에 대한 주요 국가의 통화 강세도 이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25일 다시 1110원대로 주저앉았고 엔-달러 환율은 81엔대마저 붕괴되며 1995년 4월 이후 15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면 엔-달러 환율은 80엔대로 내려앉은 뒤 역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1995년의 79.75엔을 갈아 치울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 환율 갈등 변수 여전히 남아 있어
하지만 다음 달 열릴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 합의안을 최종적으로 도출하기 전까지는 환율전쟁의 불씨가 언제든 되살아나며 환율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연일 ‘슈퍼 엔고’ 저지를 위해 시장 개입 가능성을 표출하고 있는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현재 연일 구두(口頭) 개입으로 환율을 방어하려는 일본 정부가 실제 시장 개입에 나선다면 이번 G20 경주회의에서 결정된 ‘시장 결정 환율’ 합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다시 한번 2차 환율전쟁에 돌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음 달 2일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추가 양적 완화 조치 결정도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로 환율전쟁을 막기 위해 미국은 당초 예상과 달리 통화량을 많이 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대적인 추가 통화량 확대 조치를 취할 경우 ‘약속 위반’으로 신흥국과 일본 중국이 문제 제기를 하면서 2차 환율전쟁에 들어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