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하는 전통의 베스트셀러 모델들
폴크스바겐 ‘시로코’(위), 옛 ‘시로코’(아래)
1994년 4월 출시된 옛 엑센트는 그때까지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파스텔 톤의 컬러를 과감히 도입하며 큰 인기를 모아 5년 2개월 동안 41만여 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현대차 측은 새 소형 신차 ‘RB’(프로젝트명)에 이 이름을 다시 쓴 데 대해 “옛 엑센트의 진취적인 도전 정신을 이어받고 현대차 대표 브랜드의 정통성을 계승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소형차 ‘베르나’가 해외에서는 엑센트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것을 감안해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에서 이름을 통일하기 위한 계산도 있었다고 한다.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라는 뜻을 갖고 있는 코란도는 1974년 1세대부터 1996년 나온 3세대 모델이 2005년 단종될 때까지 30여 년간 팔린 국내 최장수 자동차 모델이다. 쌍용차 측은 4세대 모델인 코란도C에 대해 “한국 SUV의 역사를 이끌어 온 코란도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기업 회생이 진행되고 있는 쌍용차의 부활을 의미하는 차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정서적인 측면이 강한 상품인 자동차 판매에서는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된다. 국민차로 사랑받았던 프라이드를 기아차가 2005년 되살린 것이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다. 물론 새로 되살리는 차는 과거 단종된 차와 이름과 차급만 같을 뿐 내용은 아무 상관없는 차량이다.
뒤집어보면 이런 전략은 과거의 차 이름을 되살려야 할 만큼 ‘지금 시장에 있는 차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쌍용차가 코란도의 이름을 되살린 데에는 지금 팔고 있는 소형 SUV ‘액티언’의 판매나 브랜드 이미지가 신통치 않은 탓도 있다는 얘기다. 손쉽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인 반면에 자칫하면 ‘낡은 느낌’을 줄 위험성도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 꼽히는 것은 바로 1936년 탄생해 단종될 때까지 2000만 대가 넘게 팔린 폴크스바겐의 ‘비틀’과 이를 1999년 리메이크 개념으로 부활시킨 ‘뉴 비틀’이다. 올드 비틀이 워낙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며 독일에서 생산이 중단된 뒤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 등에서 계속 만들어지는 바람에 두 모델은 세계적으로 보면 생산 시기가 겹치기도 한다. 같은 회사의 ‘시로코’도 1993년 단종된 뒤 2008년 16년 만에 다시 부활한 소형 스포츠쿠페다.
이름만으로도 몇몇 젊은이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닛산의 ‘GT-R’도 2002년 단종됐다가 2007년 5년 만에 부활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구형 모델을 단종시키면서 카를로스 곤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알파벳 3개는 바로 G, T, R이다”라며 부활을 약속한 바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