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같아 무서웠지만 알고보니 농담도 잘해”
10일 오후 11시경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장로회신학대 주선애 명예교수(86·여·사진)는 황 전 비서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1924년생으로 황 전 비서보다 한 살 적은 주 교수는 고향이 평양으로 황 전 비서와 동향이다. “2002년 처음 만난 이후 같은 시기 같은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동질감에 빨리 친해진 것 같다”고 주 교수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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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황 씨를) 처음 만났을 땐 무서웠다”고 2002년 당시를 떠올렸다. 주변을 의식한 탓에 낯선 사람과는 인사도 잘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황 전 비서에게 매일 오전 전화를 걸고 자주 만나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후 주 교수와는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황 전 비서는 보안 문제 때문에 장거리 여행에 많은 부담을 느꼈지만 경기 양평은 3, 4회 정도 나들이를 할 정도로 좋아했다고 한다. 주 교수는 “황 전 비서는 밥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을 정도로 고기를 좋아했으며 특히 닭고기를 좋아했다”며 “이번 달에도 양평에 있는 안식관(개신교 여전도사 양로원)에 가서 토종닭 요리를 먹기로 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시고 말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