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요리사… 머리에 든 게 많아야 손맛도 깊어지죠”
중학교 때부터 요리사의 꿈을 키운 한국조리과학고 1학년 최슬빈 양. 그는 요리와 공부에 모두 소홀히 하지 않은 결과, 고1 1학기에 전교 60등이었던 성적을 고1 1학기 기말고사 때 전교 19등까지 끌어올렸다.
“매일 어머니께서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칼로 빠르게 재료를 다듬는 모습도 멋져 보였고, 도마에 칼이 부딪치는 소리도 경쾌하게 들렸어요.”
어머니가 요리할 때마다 옆에서 도우며 요리에 흥미를 키우던 최 양이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한 건 중학교 입학 후. 그는 다짜고짜 어머니에게 “요리사가 되는 게 꿈이니 요리학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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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했어요. 인강(인터넷 강의)을 듣다가도 요리 관련 블로그에 들어가 각종 요리사진을 봤죠. 교과서를 보는 것보다 요리 레시피를 보는 게 더 재밌었어요.”
고교 진학 후 첫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전교 245명 중 60등. 소폭 하락한 성적이었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요리를 하는데 수학, 과학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최 양의 머릿속은 온통 요리로만 가득했다.
별 걱정이 없이 어머니에게 성적표를 보여준 최 양은 어머니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어머니는 크게 화를 내며 최 양에게 “다음 시험에서 전교 30등 안에 들지 못하면 전학을 보내겠다”고 했다. 어머니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요리사의 꿈을 몰라주고 공부만 강요하시는 듯했다. 다음 날 최 양은 담임교사와 상담하면서 어머니가 화를 낸 진짜 이유를 알게 됐다.
“선생님께서 ‘요리만 잘한다고 훌륭한 요리사가 되는 건 아니다’고 말씀하셨어요. ‘요리사로서 산다는 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요리 외에 다른 부분도 완벽해야 진정한 요리사로 발전할 수 있다’고 충고하셨죠. 조리기능장인 선생님의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또 어머니가 왜 저에게 화를 냈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어머니는 제가 요리를 핑계 삼아 공부에 노력하지 않는 모습을 꾸짖었던 거예요.”
최 양은 요리뿐 아니라 공부에서도 최고가 되기로 결심했다. 방과 후 학교를 마친 뒤 야간자율학습시간인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는 오로지 눈앞에 있는 교과서와 문제집에만 집중했다. 기말고사 시작 1∼2주 전부터는 수업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 이상을 공부에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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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양은 모르는 문제가 있을 때도 수다를 활용한다. 친구들과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뿐더러 이런 방식은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는 게 최 양의 설명이다.
“지난 중간고사 때는 기숙사 룸메이트 친구 7명과 ‘광합성’에 대한 토론을 했어요. 과학을 잘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광합성의 정의’ ‘왜 광합성을 하면 이산화탄소가 소비되고 산소와 물이 생성되는지’ 등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죠.”
물론 요리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고교 과정의 특성상 조리 실습은 점수에도 크게 반영된다. 최 양은 실습을 마친 후에는 ‘요리일기’를 썼다. 요리를 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을 사진으로 찍어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조리과정에서 실수했던 내용도 꼼꼼히 기록했다.
최 양의 공부법은 1학기 기말고사부터 바로 효과를 발휘했다. 전교 245명 중 19등. 9등이던 반 성적도 4등으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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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음식을 드시더니 ‘우리 딸 한국조리과학고 보내길 잘했네’라며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시험에서 100점을 받았을 때도 아무런 말이 없으셨는데…. 콧등이 시큰했어요. 요리사가 될 때까지 더 열심히 요리하고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최 양의 1차 목표는 경희대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하는 것. 그는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고1 2학기 중간고사 가채점 결과 국어와 과학점수가 7점 올랐다”며 웃음 지었다. 요리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최 양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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