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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재명]‘임태희 사퇴서 처리’ 정치불신 더 키운 꼼수정치

입력 | 2010-10-02 03:00:00


여야가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의원직 사직서를 ‘합의’ 처리했다. 임 실장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78일 만이다. 지난달에만 본회의가 2차례나 열렸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이날 ‘전격’ 처리했다.

여야가 서랍 속에 넣어둔 임 실장의 사직서를 이날에서야 처리한 이유는 딱 한 가지다. 10·27 재·보궐선거를 피하기 위해서다. 10·27 재·보선은 지난달 30일까지 선거 사유가 확정된 지역에서만 치러지기 때문에 임 실장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는 하루 차이로 내년 4월로 미뤄지게 됐다.

임 실장이 노동부 장관에 임명된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보면 성남 분당을의 국회의원은 내년 4월까지 사실상 1년 7개월이나 공백 상태가 되는 셈이다. 이는 4년 임기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다.

여야가 이처럼 뻔한 꼼수에 암묵적 합의를 한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3일 전당대회를 여는 민주당으로선 굳이 한나라당 정서가 비교적 강한 곳으로 분류되는 성남 분당을 지역을 새 지도부의 첫 심판대로 삼을 이유가 없었다. 6·2지방선거에서 혼쭐이 났던 한나라당 지도부로서도 최근 민심이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여 선거에 부담을 갖고 있었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한 해에 선거를 세 번이나 치르기는 너무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이는 ‘공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집권 여당이자 원내 1당인 한나라당으로선 떳떳하지 못한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2003년 똑같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태도는 지금과 전혀 달랐다. 노무현 정부의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문희상 의원의 의원직 사직서 처리를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미적대자 한나라당은 “보궐선거를 피해 보려는 얕은 술수”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고 결국 문 의원의 사직서는 그가 비서실장에 임명된 지 11일 만에 처리됐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지난달 30일 원외 당협위원장 연찬회에서 “과거에는 정치를 한다고 하면 국민이 존경의 눈으로 봤는데 요즘은 국민이 정치인에 대한 신뢰를 거둔 것 같다”며 ‘언론 책임론’을 꺼냈다.

정치인이 먼저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는지, 아니면 언론이 건전한 비판의 정도를 벗어났는지 그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다만 임 실장의 사직서 처리 과정에서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고 ‘거침없이 꼼수’를 쓰는 정치권의 모습에 실망한 사람은 기자만이 아닐 것 같다.

이재명 정치부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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