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여자월드컵, 열악한 환경 딛고 쾌거
국내 여자 축구 등록 선수는 올 8월 현재 1450명. 국제축구연맹(FIFA)이 2006년 각국 여자 축구 현황을 조사할 때 수치인 1550명보다 줄어들었다. 2006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까운 일본은 17세 이하가 2만5000여 명, 18세 이상은 9200여 명이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여자 축구 최강으로 꼽히는 독일은 18세 이상이 63만 명, 17세 이하가 24만 명이니 한국의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짐작이 간다. 특히 17세 이하 대표에 선발될 자격을 갖춘 고등부 선수는 345명에 불과해 이번 우승은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똘똘한 소수를 잘 키웠다
모든 스포츠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열악한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은 선택과 집중의 결과다. 저변은 열악하지만 세계 제패 가능성이 큰 여자 축구의 활성화를 위해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투자를 해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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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는 여자 축구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한일 월드컵 잉여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2003년 미국 여자 월드컵을 계기로 여자 축구에도 유소년 상비군제를 도입해 12세 이하와 13세 이하, 16세 이하 등 연령별 대표를 선발해 체계적인 조련을 했다.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해 훈련을 시켰고 해외 전지훈련도 보냈다. 20세 이하 월드컵 3위를 이끈 최인철 감독과 17세 이하 최덕주 감독도 이때부터 여자 축구에 매진했다.
○ 현실은 아직도 암담하다
8월 말 현재 협회에 등록된 팀은 실업 7팀을 비롯해 초등학교 18팀, 중학교 17팀, 고등학교 16팀, 대학교 6팀, 유소년 클럽 1팀 등 65팀이 전부다. 20세 이하 월드컵 3위에 이어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으로 축구를 하고 싶다는 어린이들이 늘고는 있지만 여자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대학 6팀과 실업 7팀만으로 여자 유망주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 한국 여자 축구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여자 축구의 풀뿌리인 초등학교 팀은 올해 4개나 없어졌다. 초등학교 축구팀의 해체는 결국 중고교 팀의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이번에 두각을 나타낸 ‘황금 세대’로 2015년 성인 여자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유망주를 끌어들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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