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인 사촌동생은 추석 차례를 끝내자마자 작별인사를 서둘렀다. 예년 같으면 함께 성묘를 떠날 시간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변했다.
송편 몇 개 빚은 시간을 제외하면 모처럼 방문한 큰집에서 문제집을 푸느라 바빴다. 문제집을 다 푼 다음에는 오답노트를 만드는 일도 잊지 않았다. 올 2월 설날 때처럼 컴퓨터를 달라고 조르는 일도, 스마트폰을 빼앗아 놀이에 열중하는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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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학교 입시에서 학교 내신성적이 중요해지면서 2학기 중간고사를 코앞에 둔 올해 추석은 여느 해보다 학생들에게 더욱 가혹한 시기가 됐다. 대부분 학교에서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 주 아니면 그 다음 주에 중간고사를 치른다. 고1 아들을 서울 집에 놔두고 고향 부모님 댁에 다녀온 어느 학부모는 “이래서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자 얼굴이나 한번 보겠느냐”고 혀를 찼다.
서울지역 학교에서는 올해부터 서술형 평가를 50%로 늘렸기 때문에 시험 준비도 더욱 까다로워졌다.
숙모는 교육과학기술부를 담당하는 기자에게 “제도를 바꿀 힘이 없으면 제도에 맞출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런 고민을 한 학부모가 숙모 한 사람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외고에 진학한다고 해도 2, 3학년 영어 성적만 반영된다”는 기자의 말에도 “1학년 때 잘해야 2, 3학년 때도 잘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학 수시모집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추석은 달랐을까. 수시는 3학년 1학기까지만 내신성적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미 내신 산출이 모두 끝난 상황. 23일 출근길에 교과부 김재금 평생학습정책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김 과장은 연휴 기간 불법 고액 과외 단속 업무를 챙기느라 고향에도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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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인 교육복지부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