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돌보면서 스스로 반성”초기 月 2000여명 신청 열기… 복지시설서 봉사활동 구슬땀
“담배 한 대 피울 시간도 없이 힘들지만 어렵게 사는 장애인들을 보면서 크게 반성했습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모 씨(57)는 술에 취해 길거리의 차를 부순 혐의(재물손괴)로 재판을 받고 올해 초 벌금 180만 원을 선고받았다. 공사장 노동일로 하루 8만∼10만 원의 일당을 받는 것이 소득의 전부였던 그는 벌금 낼 형편이 도저히 안 되자 사회봉사를 신청했다. 성북구 하월곡동 성북장애인복지관에서 매일 8시간씩 한 달 반 동안 계속된 300시간의 사회봉사를 지난달 마친 이 씨는 지금도 복지관에 나와 장애인들의 급식을 돕고 있다. 17일 복지관 주방에서 만난 이 씨는 “일이 힘들어 처음에는 후회했지만 난생 처음 남을 위해 일하고 나니 신청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3일 법무부에 따르면 벌금미납자 사회봉사제도가 시행된 지 만 1년이 된 지난달 말 기준으로 총 1만308명이 벌금 납부 대신 사회봉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는 벌금을 내기 어려운 서민들이 노역장에 유치되는 대신 생업을 유지하면서 사회봉사로 형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한 제도. 그동안 연간 3만여 명이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돼 강제노역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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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미납 시 5만 원을 하루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하거나 사회봉사 8시간에 처한다’는 법원 판결이 벌금을 ‘몸으로 때우는’ 이들에게 다소 무겁다는 의견도 있다. 이 씨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사회봉사 때문에 일당 10만 원을 포기해야 하는 걸 감안하면 이들에게 하루의 가치는 10만 원, 15만 원에 해당한다”며 “제도 취지에 맞게 법원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노역장 유치나 사회봉사 기간을 생계수단에 맞게 감안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