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최근 ‘취업 청탁 실태’(본보 20일자 A5면)를 취재하면서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 출신도 대기업의 인턴사원이 되려고 모든 청탁 능력을 다 동원하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찍이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각 부처에 청년실업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공기업부터 유능한 청년 인재들을 좀 더 많이 고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해법까지 제시했으니 관료들은 구체적인 방안만 마련하면 될 일 같았다. 하지만 추석 연휴 전에 나올 것 같았던 청년실업 대책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몇몇 당국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비유했다.
“극장(고용시장)에 젊은 관객(청년 구직자)이 많이 들어갈 수 있게 입구(채용)도 넓히고 별도의 전용문(공기업 입사 배려)도 만들라고 한다. 그러나 그 극장은 이미 좌석(정규직)은 물론이고 입석(인턴사원 또는 임시직) 자리도 거의 만석이다. 게다가 극장의 출구는 정년이란 아주 좁은 문밖에 없다.”
“여러분의 아들딸이 취업 청탁을 안 해도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그 대신 부모인 여러분의 정년은 보장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정부가 추석 후 청년실업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면 여론의 반응은 어떨까. 젊은 세대의 취업 기회와 중장년 세대의 고용 보장이 충돌하는 현장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정치적 결단과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할 난제지만 당국자들도 묘안을 찾기 위해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부형권 경제부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