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새 내각은 친서민 정책이 국민의 피부에 와 닿도록 좀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기업 정책에 대해서 82.4%가 대기업 중심이라고, 세금 정책에 대해서는 84.8%가 부유층에 유리하다고 응답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대통령은 최근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내년도 예산에 보육, 전문계 고등학생, 다문화 가족 등 ‘서민 희망 3대 핵심 과제’를 포함하라고 지시했다. 이 과제에 투입할 예산은 3조7200억 원으로 전체 복지예산의 4.3%에 해당된다.
그런데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자체 보고서를 통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 기간에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재분배 정책이 본격 확대됐으며 이명박 정부에서도 대중영합적인 친서민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새 내각은 예산 배분과 집행에서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는, 공정 사회의 개념에 부합되는 합리적인 예산 정책을 도출해야 한다. 토니 블레어 총리에 이어 영국을 이끌었던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새 내각에 취임하자마자 정부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를 선정해 일관성 있게 추진했다. 새 내각도 많은 일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작더라도 국민이 절실히 요구하는 과제를 확실하게 매듭짓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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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주요 국정과제 추진 과정에서 불거질 부처 이기주의나 부처 간 갈등을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의 일방적 정책 발표로 당정 간에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방안으로 납품단가 연동제도 도입, 서민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등록금 인상 내용 공개 등 서민 관련 정책을 쏟아냈다. 최종적인 서민 정책 수립을 둘러싸고 당정 간의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정 간에 힘겨루기보다는 정책 조율을 통해 일관성 있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내각이 조정에 앞장서야 한다.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과 권한이 집중된 한국적 상황에서 총리가 능동적인 역할을 하기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총리의 역할이 자원외교, 세종시, 세대교체, 공정사회 등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정과제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은 대통령의 눈높이에만 맞추는 ‘프로젝트 총리’가 아니라 모든 것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소신 총리를 원한다는 점을 김황식 내정자는 잊지 말아야 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