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들이 출연한 뮤지컬들이 일본 여성팬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가 출연한 뮤지컬 ‘궁’. 사진 제공 그룹에이트
일본 오사카에서 친구와 함께 온 나가타 유코 씨(36)는 “휴가를 내고 세 차례분의 ‘궁’ 공연티켓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제작사인 그룹에이트는 전체 객석 800석 중 400석 이상이 일본인 관객들이라며 “유노윤호의 첫 무대였던 9일 공연은 800석 대부분이 일본인 관객에게 팔렸다”고 밝혔다.
대형 뮤지컬 공연장의 한류(韓流)는 최근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준기와 주지훈 등 군복무 중인 한류스타가 출연한 뮤지컬 ‘생명의 항해’에도 갖가지 망원경으로 무장한 40, 50대 일본 아줌마 팬들이 몰렸다. 이 공연은 일본어 자막 서비스가 없었음에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14일간 공연에서 일본인 관객이 유료관객의 9%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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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극무대에서 일본 원작 연극이 인기몰이를 하는 ‘일류’ 현상이 뚜렷하다. 미타니 고키 원작의 ‘너와 함께라면’. 사진 제공 연극열전
미타니 고키의 라이벌로 불리는 고카미 쇼지 원작의 ‘연애희곡’도 지난주 충무아트홀에서 개막한 뒤 만만치 않은 웃음코드로 관객몰이에 나섰다. 미타니 고키 식 시추에이션 코미디에 성적 농담을 곁들인 ‘스크루볼 코미디’로 새바람을 몰고 올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연극계 일류는 대중극에만 머물지 않는다. 2004년 초연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공연 중인 김성녀 씨의 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16∼2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일본 극작가 후쿠다 요시유키 원작을 번안한 작품이다. 23일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개막하는 ‘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어’는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연극 연작이다. 히라타 오리자 원작의 연극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벌써 다섯 편이나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무대의 한류가 배우의 힘에 기대고 있다면 연극 무대의 일류는 작가의 힘에서 비롯한다.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 히트작의 경우도 일본 원작인 작품이 상당수다. 한류의 문화산업적 성공이 외양에만 머물지 않도록 내실 있는 작가를 발굴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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