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이 계획에 없던 러시아 방문을 하는 것은 우연치고는 기가 막힌 일”이라며 “러시아의 천안함 조사보고서가 우리 정부와 차이가 있다는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의 발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 러시아가 알고 있는 천안함 폭침사건의 ‘또 다른 진실’을 덮기 위해 급조된 것인 양 주장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은 올봄부터 양국은 외교채널을 통해 제2회 야로슬라블 세계정책포럼에 이 대통령이 참석해 한-러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논의했다. 5월 25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천안함 사건에 관해 위로전화를 하면서 초청 의사를 밝혔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박 원내대표는 국가 간 정상회담이 외교 관례상 상당한 시일에 걸쳐 일정을 협의하는 절차를 필요로 함을 모를 리 없다. ‘대(對)러시아 외교 부재’를 자주 질타한 민주당과 그는 한-러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뚜렷한 근거도 없이 9, 10일 연이어 이 대통령의 방러 외교를 ‘천안함 의혹 덮기’ 용도로 몰고 가는 듯한 논법을 구사했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국익을 고려하지 않은 신중치 못한 발언이다. 그럼에도 정부 여당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누구 하나 나서서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조목조목 따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박 원내대표는 3·26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 소행 운운하면 안 된다” “생존 군인들이 환자처럼 위장했다”며 ‘천안함 음모론’에 군불을 땐 장본인이다.
정부 여당 사람들은 ‘박지원 정치’에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대중 정권의 영욕을 끌어안고 있는 박 원내대표에게 정국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 한마디 똑바로 못 하고 가슴앓이 하는 정부 여당은 과연 국정 주도세력이 맞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