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채확대, 공정성 보장안되면 위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 특별채용 논란에 휩싸여 사퇴함에 따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채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의 정부의 고시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불고 있다.
○ 여당, 행시 개편안 제동
한나라당은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발표한 행정고시 개편 방안부터 손댈 방침이다. 행안부의 행시 개편 방안은 다양한 경력의 민간전문가 중 서류 전형과 면접만으로 뽑는 방식을 당장 내년부터 전체 5급 공무원 채용 인원의 30%를 선발하고 2015년까지 이를 50%로 늘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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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사무총장도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행시 개편 방안은 당정협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개인적 생각으로 부작용을 막을 확실한 대책이 없다면 이대로 추진해선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 “특권층 자제만 유리해선 안 돼”
한나라당은 정부의 행시 개편안이 공정한 기회 제공이라는 대원칙에 배치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고시가 서민의 자녀들에게도 노력여하에 따라 고위 공직에 진출할 기회를 줬다는 점을 정부가 외면했다는 것이다.
원 총장은 “획일적 고시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동의할 수 있지만 특권층의 자제로 이른바 ‘스펙’이 좋은 사람들에게 유리한 제도를 선진화 방안이라고 섣불리 내놓은 정부도 문제가 있다”며 “믿을 만한 대책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특채 비율 확대는) 결국 개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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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정부의 행시 개편안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서민들에게 신분상승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친(親)서민정책 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 이와 함께 이번 개편안이 사전에 당과 조율되지 않은 대표적 정책인 만큼 이번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것이 당이 당정 관계를 주도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외교아카데미 추진에도 영향?
이번 사퇴가 외교통상부가 추진 중인 외시폐지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정부가 추진 중인 외교아카데미 방안은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외교아카데미 입학생 50여 명을 선발해 1년간 3학기 과정을 영어로 교육해 10% 정도를 탈락시킨 뒤 5급 외무공무원에 임용하는 것이다. 입학생 선발은 1차 서류전형→2차 선발시험→3차 면접으로 이뤄진다. 외교아카데미는 서류전형에 이어 필기시험을 보기 때문에 특채와는 다른 점이 있다. 하지만 영어면접 비중이 높아 외교관 자녀나 해외 생활 경험이 많은 응시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불공정 시비가 불거질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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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