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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LH공사 ‘빚 늘린 통합’이 공기업 개혁인가

입력 | 2010-08-31 03:00:00


국내 공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118조 원의 빚을 진 LH공사의 부실은 전신인 주택공사(주공)와 토지공사(토공) 간의 몸집 불리기 경쟁에 원인이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7조5000억 원이던 두 기관의 사업규모는 2009년에 4배가 넘는 33조 원으로 커졌다. 같은 기간에 두 기관의 인력이 5270명에서 7367명으로 약 40%나 늘었다. 타당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는 바람에 부실이 확대된 것이다.

주공과 토공의 통합은 1993년부터 논의되다가 현 정부 들어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본격적으로 추진돼 작년 10월 통합 LH공사가 출범했다. 서로 통합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 결과 두 기관이 지급한 토지 보상비나 기반시설 부담금은 급증한 반면 수요 부족으로 토지나 주택 분양 실적은 부진했다. 적자가 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업을 밀어붙인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

공기업 간 통합은 민간기업으로 치면 기업 인수합병이나 다름없다. 인수합병을 하기 전에 인수 대상 기업의 재무상황을 확인하고 인수 과정에서 큰 변동요인이 없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민간기업이라면 주공과 토공처럼 무리하게 사업을 벌여 빚더미 위에 올라앉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통합 직전인 지난해 7월 사내근로복지기금 적립 규모가 큰 토공은 직원 1인당 평균 300만 원씩 지급했다. 통합이 되기 전에 자기들끼리 나눠 먹기에 바빴던 것이다. 토공과 주공의 경영진과 노조, 그리고 감사까지 똘똘 뭉쳐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었다. 두 공기업을 감독할 책무가 있는 국토해양부와 감사원이 눈감고 있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있어날 리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10월 LH공사 출범 때 “공기업 선진화의 시금석이자 그 완성을 위한 새 출발”이라며 공기업 개혁의 모범을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LH공사가 출범한 지 채 1년도 안 돼 부실의 늪에 빠지면서 다른 공기업 개혁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됐다. 이런 통합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주공과 토공의 전비(前非), 그리고 LH공사의 책임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정부를 유능한 정부라고 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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