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19일 대한항공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한다며 ‘새 마일리지 제도’를 발표할 때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하지만 발표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대한항공이 소비자들을 우롱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개선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적용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선안 대부분이 매출 규모가 절반 수준인 아시아나항공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그보다 못하기 때문입니다. 새 마일리지 제도에서 ‘가장 구체적이고 명확했던 부분’은 발표 당일인 19일부터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마일리지 사용처 확대를 위해 초과 수하물, 라운지 이용, 리무진 버스 이용에도 마일리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여기엔 적용 시점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 정도라면 이미 아시아나항공이 시행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오히려 아시아나항공은 마일리지로 기내 면세품 구입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아웃백, CGV, 메가박스 등 20여 개에 이르는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마일리지로 구입한 보너스 항공권 유효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것과 고가(高價) 악기 등을 운반하기 위해 좌석을 추가로 구매하는 경우에도 마일리지를 부여하기로 한 개선안 역시 아시아나항공이 해오고 있는 것들입니다. 참고로 대한항공의 2분기(4∼6월) 매출은 2조8364억 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이며, 아시아나항공의 1조2384억 원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졸속 개선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합니다.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마일리지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보고하는 등 압박이 오자 어쩔 수 없이 개선안을 내놓았다는 것이죠. 사정이 어찌됐든 ‘새 마일리지 제도’에서는 대한항공이 평소 강조해 온 ‘고객 사랑’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김기용 산업부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