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바우처에 대해 늦게 알았는데 알고 나서 어찌나 행복하던지요.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부산의 김선영 씨가 연극 ‘오래된 아이’를 본 뒤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문화바우처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연극 음악 미술 책 등 문화프로그램을 즐길 비용으로 1년에 5만 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 예산 67억 원으로 13만4000여 명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지급 대상자로 추산되는 400만 명 중 3.3%에 불과하다.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 농어촌지역에서는 문화예술 경험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 특히 집에 읽을 책이 부족해 풍부한 독서를 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인지능력 개발이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테네시대 연구진이 소외계층 학생 852명에게 학년 말에 직접 고른 책 12권씩을 3년간 집에 가져가게 하는 실험을 한 결과 읽기 성적이 크게 올랐다. 책을 많이 읽어서만이 아니다. 자신이 한 계단 위로 ‘계층이동’을 했다고 여기게 돼 삶의 자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이제는 국민 모두가 고르게 문화를 누릴 수 있어야 하겠다”며 문화바우처 제도를 내년부터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동유럽 공산정권 붕괴 직후 이 대통령이 찾았던 헝가리의 공연장에 서민층 학생들이 많아서 놀랐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한진중공업은 미래세대의 ‘문화격차’ 해소에 기여하는 이미지를 청소년들에게 주어 기업으로서도 큰 플러스다. ‘문화공헌’을 하는 기업이 늘면 영세한 문화예술 공연단체들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문화가 소외된 계층과 지역까지 찾아가 상상력과 꿈을 선사하는 나라가 돼야 지역격차도 줄어들고 행복지수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