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10대 필요”→ 1대씩 사며 값 깎아
“간단히 말해 해외 대기업과는 합리적인 관계고 국내 대기업과는 ‘돼먹지 못한’ 관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낯 뜨거운 ‘어글리 코리안’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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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표는 “해외 기업도 원가절감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미리 처음 10대는 대당 얼마, 그 다음 10대는 그 90% 가격, 그 다음 10대는 85% 가격이라는 식으로 절감 계획을 알려주고 계약도 10대씩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협력업체들은 정보 공유에 있어서도 해외 기업과 국내 대기업의 태도는 천양지차라고 입을 모았다. 해외 기업은 시장전망이나 현재 생산하는 제품이 대체로 시장에서 언제쯤 다음 제품으로 교환될지 등의 자료를 협력업체들과 공유하는 걸 당연히 여기는 반면 상당수 국내 대기업은 이를 철저히 숨긴다는 것이다. 환율 예측이나 시장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협력업체 처지에서는 국내 대기업과 거래할 때 이런 정보 부족이 곧 협상력의 차이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일본 유럽의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기업에 동시에 납품하는 전자부품업체의 B 대표는 “해외 기업은 공급업체가 망하면 자신들에게도 손해라고 여기는데 국내 대기업은 끊임없이 다른 업체를 끌어들여 협력업체 간에 무한경쟁을 시킨다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납품 바로바로 대금은 어음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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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보수나 정비를 당연히 공짜라고 여기는 것도 국내 대기업이 해외 기업과 다른 점이다.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할 때에는 정비서비스도 하나의 상품으로 팔 수 있지만 국내 기업과 거래할 때에는 이런 기대를 일찍 접어야 한다.
어음 결제도 해외 대기업이 이해 못하는 관행이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로 국내 중공업 분야 대기업과 대만 인도네시아의 대기업에 동시에 납품하는 회사의 회계담당 D 대리는 최근 본사의 담당자로부터 ‘모 한국 기업으로부터 대금이 입금되지 않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D 대리는 “전자어음 관행을 설명해 주며 어음 중에는 150일, 180일짜리도 있다고 설명했더니 담당자가 황당해하며 ‘앞으로 그 회사와 거래할 때에는 본사 허락을 받아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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