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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야, 잠좀 자자… 밤이면 왜 더 시끄럽냐”

입력 | 2010-08-13 03:00:00

‘한여름밤의 소음 공해’ 낮밤 대기온도차 원인




늦은 밤까지 시끄럽게 우는 매미 때문에 잠을 설치는 사람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지속되면 불면증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충북 청주시에 사는 홍계숙 씨(52)는 벌써 며칠 째 밤잠을 설쳤다. 집 주변에서 쉴 새 없이 울어대는 매미들의 ‘떼창’ 때문이다. 홍 씨는 “밤이 되면 매미 울음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아 잠들기 힘들다”며 “매일 3시간도 채 자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홍 씨뿐 아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끄럽게 우는 매미 탓에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치러진 한 영어 자격시험에서는 매미 울음소리 때문에 듣기평가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이들은 매매 울음소리가 ‘한여름의 교향곡’이 아니라 소음공해에 가깝다고 전한다.》
○ 주파수와 고온이 ‘매미젤라’ 원인


주변에서 흔히 보는 참매미와 말매미의 울음소리는 70∼90데시벨(dB)로 공사장에서 나는 소음과 비슷한 크기다. 남아공월드컵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부부젤라(127dB)에 빗대 ‘매미젤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은 “100dB인 기차소리나 110dB인 자동차 경적소리보다 작지만 일상에 지장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매미 울음소리는 사람의 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파수대에 걸쳐 있다. 사람은 보통 20∼2만 Hz(헤르츠) 사이에 있는 소리를 듣는다. 이 중에서 3500Hz 부근의 소리는 다른 주파수대의 소리보다 크기가 작더라도 더 잘 들린다. 배 교수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주파수대가 2500∼5500Hz로 사람의 귀가 가장 잘 듣는 영역에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소리가 큰 데다 사람이 잘 들을 수 있는 대역에 있어 크게 들린다는 것이다.

매미 울음소리가 갖는 규칙성도 한몫한다. 매미는 배에 있는 막을 빠르게 움직여 소리를 낸다. 보통 처음 ‘맴∼’ 하고 운 다음 0.5초 정도 있다가 또다시 ‘맴∼’ 하고 우는데 이는 마치 사이렌이 울리는 소리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배 교수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규칙적으로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고 말했다.

지표면 뜨거운 낮엔 소리 위로 퍼져 밤엔 찬공기 때문에 지상으로 굴절

소리에 예민한 사람에게 이 같은 매미 소음은 더욱 고통스럽다. 국립환경과학원 이재원 연구사는 “여름철 고온날씨에는 음속이 빨라지기 때문에 같은 소리라도 예민한 사람이 느낄 수 있을 법한 1∼2dB 더 크게 들린다”고 말했다.

○ 더운 공기 속에선 소리 전파속도 빨라

매미 울음소리는 밤에 유독 잘 들린다. 서울대 이수갑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차로 인해 낮과 밤에 소리가 이동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낮에는 지표면이 달궈지면서 뜨거운 공기가 지표면에 있고 높이 올라갈수록 상대적으로 차가운 공기가 위치한다. 이와 달리 밤에는 땅 부분이 먼저 식으면서 지표 근처의 공기 온도도 내려간다. 낮과는 달리 뜨거운 공기가 위에, 차가운 공기는 아래에 있게 된다.

차가운 공기는 공기분자가 덩어리처럼 뭉쳐 있어 소리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반면 더운 공기는 공기분자가 활발히 움직여 소리의 전파속도가 빠르다. 낮에는 지표면의 공기가 더 뜨거워 매미 울음소리가 윗부분으로 빠르게 퍼져나가지만 밤에는 찬공기 때문에 소리가 멀리 퍼지지 못하고 지표면을 향해 다시 굴절된다. 서울대 환경소음진동연구센터 홍지영 박사는 “낮에는 소리의 굴절방향이 하늘을 향하지만 밤에는 주거지역 등 지상으로 퍼지기 때문에 밤에 매미 울음소리가 더 잘 들린다”고 설명했다.

○ 소음에 지속 노출되면 학습능력 떨어져

‘매미 울음소리쯤이야’라고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이로 인한 지속적인 수면장애는 비만과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소음공해에 오랜 기간 노출될 경우 학습능력과 건강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주대병원 산업의학과 이경종 교수팀이 군산비행장 주변에 사는 지역 주민 10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1일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년 이상 85dB 소음에 노출된 사람은 정상인보다 스트레스는 3.9배, 불안감은 4.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미소리, 사람이 잘듣는 주파수 예민한 사람에겐 거슬리게 들려

서울대 환경소음진동연구센터도 지난해 11월 한국음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비행장 근처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학습능률이 정상지역 학생의 30%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야간 비행기 소음이 10dB 높아질 때마다 고혈압 발병 위험이 14%씩 늘어난다는 영국 런던대 연구진의 연구결과도 있다. 자동차나 공사장에서 나는 소음 역시 난청과 두통, 소화불량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매미 소음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이중창을 설치하면 소리의 크기가 20dB 정도 줄어들지만 창문을 닫고 생활할 수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딱히 특별한 대책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다만 야간조명이 많아지면서 매미가 좋아하는 빛의 파장 범위가 넓어진 만큼 아파트 등 집단 거주지역에서 밤에 조명을 낮추는 방법 정도가 제시됐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