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탐지 작전을 위해 고도의 체계적인 군사훈련을 받은 2년생 독일 셰퍼드 '지나'는 지난해 초 이라크전쟁에 투입될 때까진 사람을 잘 따르는 개였다. 그러나 6개월간 건물과 주택에 숨겨진 폭탄탐지 임무를 마치고 미국 콜로라도 주 피터슨공군기지로 돌아왔을 땐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잔뜩 겁먹은 얼굴에 몸을 움츠리기만 했고 건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려 할 때마다 다리를 뻣뻣이 세운 채 말을 듣지 않았다. 억지로 건물에 끌려들어가서도 꼬리를 잔뜩 낮추고 조심조심 기어 다녔고 틈만 나면 사람을 피해 탁자 아래나 구석으로 숨었다.
당시 공군 수의사는 지나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겪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PTSD는 구타나 학대 등 충격적이고 끔찍한 일을 당했거나 본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증상.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 참전 미군들이 전형적으로 이런 고통을 호소한다. 그러나 AP 통신은 4일 전문가들의 분석에 근거해 지나와 같은 개도 사람처럼 극단적인 공포와 두려움을 겪으면 PTSD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나는 이라크에서 병사들이 겪는 모든 위험한 상황을 똑같이 겪었다. 수색병들은 터지자마다 지독한 소음과 함께 순간적으로 눈을 멀게 만드는 섬광탄을 건물에 던진 뒤 문을 박차고 들어가 수색을 하곤 했는데 지나는 언제나 이들과 함께 다니며 폭발물을 찾아야 했다. 지나를 돌보고 관리하던 에릭 헤인즈 상사는 "한번은 지나가 호송대와 작전을 펼칠 때 바로 옆에서 폭탄 공격을 받은 차량이 폭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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