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회 한국팀 경기가 있었던 6월 어느 날, 치킨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전날에 이미 주문이 마감됐다는 설명이었다. 6월 전국의 치킨집은 ‘월드컵 특수’를 누렸다. 치킨을 안주로 맥주를 마시면서 응원을 한다고 해서 ‘치맥’이라는 유행어까지 낳았다. 치킨 판매가 급증하자 치킨집 창업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치킨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따르면 7월에도 신규 점포 개설이 이어지고 있다.
치킨집 창업은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까. 치킨집은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조리가 가능하고, 적은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문제는 아무리 맛있는 메뉴를 개발한다고 해도, 그리고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진다고 해도 전 국민이 소비할 수 있는 치킨의 양은 크게 증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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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자영업자는 421만 명으로 2004년의 357만 명보다 17.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구는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공급이 많다 보니 폐업비율도 높다. 음식업의 경우 3년 이내 폐업비율이 19.7%. 국세청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까지 포함하면 실제 폐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내 자영업이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한국이 31.3%로 터키, 그리스, 멕시코에 이어 회원국 중 4위다. 반면 미국(7.0%), 독일(11.7%), 프랑스(9.0%) 등 선진국은 그 비율이 훨씬 낮다.
국내 자영업자들은 선진국에 비하면 그만큼 과잉경쟁에 시달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많은 한인교포들은 한국에서는 좀처럼 큰돈을 벌기 어려운 세탁업 등에서 성공한다. 그 이유는 뭘까. 미국은 자영업 경쟁이 덜 치열해 열심히 하면 대체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자영업이 과잉경쟁이기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조기퇴직 등으로 산업현장을 떠난 사람들에겐 자영업은 생계의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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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 산업부 차장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