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올 2분기 5조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 ‘분기 영업이익 5조 원 시대’를 처음 열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2분기 실적 보도 자료에서 과거와 달리 ‘사상 최대 실적’이란 표현을 생략했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올해 영업을 잘한 다른 대기업들도 실적 호전 사실을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1조8360억 원의 2분기 영업이익을 올린 포스코는 실적 발표 다음 날 지식경제부에 찾아가 작년보다 이익이 늘어난 배경을 설명했다. 지경부는 “과거에도 이런 일은 있었으며, 포스코에 철강 가격을 낮추라는 요구를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 포스코는 지경부 방문 11일 뒤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방안을 내놓았다. 경제계에서는 정부의 직·간접적 입김이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대기업 때리기’ 성격의 발언을 쏟아내면서 실적 좋은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강대 총장과 전경련 부회장을 지낸 손병두 KBS 이사장은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 가슴이 아프다고 하는 장관은 도대체 어느 나라 장관이냐”고 비판했다. ‘좋은 기업’이란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경영을 잘해 이익을 남기고, 이를 바탕으로 세금 고용 투자를 늘리는 기업이다. 손 이사장은 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한 기본적 상식이 무시되는 현실에 일침(一鍼)을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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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사회적 역할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지만 관료들이 구시대적 발상으로 기업을 하인 취급하며 상생 협력을 강요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다. 민간의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기업인의 사기를 꺾는 압박은 결국 성장 동력을 위축시키고 국익을 해칠 뿐이다. 올 1∼7월 무역수지 흑자액이 연간 목표치 230억 달러를 이미 넘어서면서 한국 경제의 신인도가 높아진 결정적 원인은 대기업의 선전(善戰)이었다. 대기업이 우리 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경영을 잘한 기업이 눈치를 보면서 영업이익 공개를 꺼리는 현실은 한참 잘못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