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간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은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권력과 언론의 유착 관계를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조세정의를 실천한다는 입장에서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기술했다. 한국 언론 사상 유례없는 탄압의 진상과 거리가 먼 사실 왜곡이다.
권력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끊기 위해 세무조사를 했다는 주장은 당시 주류언론과 정부가 팽팽한 긴장 관계에 있었다는 점에서 사실과 다르다. DJ정부의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해 주류언론은 비판적 보도를 하고 있었다. 6·15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8월 남한 언론사 사장들의 북한 방문 때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동행하지 않아 김 전 대통령이 ‘진노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2001년 1월 DJ가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론 개혁을 거론한 뒤 20여 일 만에 국세청이 기다렸다는 듯 23개 언론사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단일 업종 세무조사로는 최다(最多) 인력인 400여 명이 동원됐다. 정부는 언론사 간부 계좌를 샅샅이 뒤졌으며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전화 도청까지 했던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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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가 언론사에 부과했던 추징 세금은 국세심판원과 법원 소송을 거쳐 부당한 과세로 판정 나면서 동아일보의 경우 827억 원 가운데 500억 원 이상을 되돌려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1년 6월 13개 언론사에 부과한 과징금 242억 원을 2002년 12월 자진 취소했다. 잘못된 과징금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역사는 바로 쓰여야 교훈이 된다. DJ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한국 현대사의 지도자였다. 생애 마지막에 솔직하게 ‘언론 탄압’을 고백했더라면 역사의 정확한 기록을 위해 좋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