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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야화] 천재 가수 유세윤? UV신드롬의 정체는?

입력 | 2010-07-28 11:44:30

● 2010년 가요계의 돌풍 UV, 예능계 두루 아우르는 신드롬
● 4초 가수 판치는 시대, 사상 최강의 음악성 지닌 패러디그룹
● 그는 한국의 주성치가 될 수 있을까?





시청자들을 단번에 웃겨야 하는 개그맨처럼 '사회적 지능(SQ)'이 고도로 요구되는 직업도 흔치 않다.

뛰어난 개그맨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사회에서 유행하는 모든 미디어적인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의미파악은 물론이고, 그 주류적 담론을 상대방이 기분 상하지 않을 수준으로 비틀 수 있는 재치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다. 웬만한 탤런트라고 해도 갖기 힘든 '담력', '정확한 발음' 그리고 '탄탄한 체력'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현대 미디어에서 코미디언은 외모와 무관하게 끼와 재능으로 무장한 인재들의 도전장이 되고 있다.

최근 개그맨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단연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다름 아닌 개그맨 유세윤(29)이다. 최근 그에 대한 평가는 '천재' 혹은 '강호동과 유재석의 뒤를 이을 걸물'이라는 엄청난 찬사를 몰고 다니고 있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에 이어 ‘집행유애’로 인기를 끌고 있는 UV의 유세윤(왼쪽)과 뮤지. 사진 출처 뮤지의 미니홈피


▶ 음반 활동을 통해 만개한 유세윤의 예능감

유세윤이라면 이미 개그계 데뷔 7년차인 데다, KBS '개그콘서트'의 다양한 코너를 거쳐 예능 버라이어티로 폭을 넓히고 MBC '무릎팍도사'에서는 강호동을 보좌하는 '건방진 도사(건도)'로 이미지를 굳혀온 인물이다.

아직은 선배들에 가린 2인자이자 감초형 출연자, 무난한 인기의 보유자인 그를 놓고 새삼스럽게 '천재'라는 찬사는 어색해보이기도 한다. 혹자는 갑자기 그에게 무슨 변화가 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변화는 분명히 있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코미디계가 아닌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 일종의 충격을 가져왔다.

시작은 지난 4월이었다. 유세윤은 힙합가수 뮤지(30)와 함께 UV라는 듀오를 결성하고 '쿨하지 못해 미안해'라는 노래로 한국 대중가요계에 데뷔한다. 예능인들의 음반출시가 그렇듯 이 노래는 반짝호기심을 끌며 각종 온라인 음원차트 및 동영상 순위에 올랐고 적당한 화제를 몰고 왔다.

마치 화장품 이름을 패러디한 것 같은 코믹듀오 UV는 코믹한 가사와 뮤직비디오로 일종의 단순한 퍼포먼스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1집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서 55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대중적 관심을 모은 것.

이어 7월 중순, UV의 2집 앨범인 '백 투더 댄스'를 발표하고 타이틀곡 '집행유애(愛)'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선보였다. 집행유애는 최근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은 노래로 급부상했다. 특히 가수 출신이 아닌 사람이 공중파가 아닌 온라인상의 자발적인 입소문만으로 이슈를 만들고 있다는 점은 가요계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음악 소비자들도 당혹스럽기 충분했다. 처음엔 개그맨들의 단순한 패러디 음반으로 인식했지만 듣고 보니 음악적으로 완벽한 기초는 물론이고 탁월한 리듬감과 발음으로 기성가수 이상의 음악성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UV 2집은 1990년대 가요계의 핵인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듀스, 솔리드 등을 그대로 재현해 가요계 관계자를 경악시켰다. 짜깁기와 샘플링을 통해 정체모를 멜로디가 난무하는 2010년 가요계에 한 개그맨이 완벽한 복고풍 가요를 선사한 데 따른 충격이다. 유세윤은 "90년대 댄스음악을 그리워하는 올드 팬을 위해, 실제 나도 그 시대의 음악 소비자였기에 멜로디와 뮤직비디오까지 완전 복원해 선보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천재 드립? 농담이 실제로 변화하는 무한한 확장성

누리꾼들은 "듀스+서태지+이상민을 혼합한 기발함, 유세윤은 천재인가" "UV 최신곡 너무 멋지다" "유세윤 완전대박" 등 호응을 보낼 정도가 됐고, 이에 대해 유세윤은 "'이 노래가 뜨면 우린 천재'라고 농담 삼아 얘길 했는데, 결국 우린 천재로 판명 났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신드롬' '천재'라는 식의 자화자찬은 말 그대로 '유세윤식 건방 개그'의 일종이다. 그러나 이 음반이 어느 정도 완성도를 지녔는지에 대해 정식음악평론가들의 평을 들어보면 그가 단순히 건방지다고 비웃을 수만은 없게 된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틀에 박힌 음반 시장에 신선한 '린치'를 가했다는 것 자체로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대중음악 평론가 김봉현 씨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집 타이틀곡 '집행유애'는 90년대 초중반 듀스(Deux)가 선보였던 뉴잭스윙에 대한 UV식 헌사일 뿐 아니라 비트, 효과음, 멜로디, 창법, 랩 스타일까지 완벽하다"며 "이 앨범은 90년대 한국가요의 기록사적 의미로도 바라볼 만하다"고 극찬했다.

복고풍의 음악을 들고 나온 것이, 개그를 위한 장치이지만 효과는 만만치 않았다. 최근 '4초 가수'란 평을 들을 정도로 입만 벙긋거리는 아이돌스타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신선한 충격을 가했다는 얘기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유세윤의 퍼포먼스에 더욱 열광하며 '천재'라는 타이틀을 부여하는 이들은 가수와 연예인들이다. 타블로는 UV의 1집 앨범을 듣고 자신의 트위터에 "분명히 졸리고 피곤한데 유세윤의 신곡이 머리 속에서 무한 반복을…. 세윤아 너는 천재다"라는 촌평을 남겼는데, 이것은 하나의 유행이 되어 가수 채연과 아이비까지 나서 "질투가 나지만 천재성이 보인다", "유세윤 오빠 천재!"라는 평가를 내놓을 정도가 됐다.

유세윤의 인기가 이렇게 심상치 않자 음악케이블TV인 엠넷(Mnet)은 이례적으로 8회에 걸쳐 그의 이야기를 담은 'UV 신드롬'을 기획했다. 일종의 '페이크다큐'인 이 프로그램은 유세윤이 가요계에 몰고 온 신드롬을 상상력을 동원해 위대한 음악가의 여정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 홈쇼핑에 등장한 UV, 더 솔직해진 패러디

그 과정에서 나온 기행이 7월 11일 방영된 TV홈쇼핑 출연이다. 유세윤은 자신의 2집 앨범을 CJ홈쇼핑에서 상품으로 내놓고 '홈쇼핑 방송'의 포맷대로 소개하는가 하면 직접 전화 상담에 나서 시청자들을 유쾌하게 만든 것이다.

홈쇼핑 품목으로 가요앨범이 등장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지만 이 출연은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가한 일종의 퍼포먼스로 인식되면서 가요계에서 "기발하다"는 찬탄을 넘어 "진짜 천재"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물론 유세윤은 이에 대해 "우리 앨범이 간장게장보다는 더 잘 팔릴 것이라 확신하고 출연했다"고 너스레를 떨고 있지만 말이다.


최근 유세윤에 대한 누리꾼의 평가는 '뼛속까지 개그맨'이란 수식어로 정리가 된다. 그의 기행 하나하나가 모두 코미디를 위한 설정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각종 대형 광고주들이 능청스러운 그를 온라인 광고모델로 삼아 온라인 전략을 강화하는데 나서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강호동이나 유재석 등의 대형 MC들의 광고 출연에 비판적인 시청자군이 존재하는데 반해 B급정서를 지닌 유세윤의 광고 출연에는 대부분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다는 점이다.

현재 유세윤은 각종 예능프로그램 섭외 1순위다. 그럼에도 그는 정통 코미디로 영역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먼저 7월25일부터 방송되는 MBC 개그 프로그램 '꿀단지'에 장동민, 유상무와 함께 '요괴실험실'이라는 코너를 만들었다.

사실 그는 정통 개그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 왔다. 공개방송 형식인 '개그콘서트'는 물론이고 스튜디오 녹화방식으로 제작된 KBS의 '희희낙낙'이나 '개스스타'에서도 슬랩스틱을 활용한 복고풍개그에 유세윤식 아이디어를 접목한 코너를 다수 선보인 적이 있다.

▶유세윤은 한국의 주성치가 될 수 있을까?

방송국 예능PD들 역시 입을 모아 "유세윤의 유머감각이나 순발력, 정확한 발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면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강호동이나 유재석 등 예능에서 정상에 있는 개그맨들에 버금가는 위치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혹은 '한국형 저우싱츠(주성치)의 탄생'이라고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실제 유세윤이 과연 유재석, 강호동, 혹은 그 이전 이경규, 김국진, 이휘재, 박수홍처럼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재목인가? 이에 대해선 여전히 다수가 의문부호를 가질 지도 모르겠다. 현재까지 그의 인기는 일부 마니아층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전례 없는 방식으로 개그맨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바로 이점이 그를 주목하는 이유가 된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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