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출발할 때의 설렘과 여행의 즐거움도 잠시. 여행지에서의 시차적응과 귀국한 뒤의 여행후유증이 찾아온다. 나무를 옮겨 심으면 한동안 시름시름 앓듯 사람도 그렇다. 건강한 비행기 조종사도 한 방향으로 운항했을 때보다 동서로 왔다 갔다 했을 때의 피로도와 발병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중년이 넘은 여행객의 후유증은 이보다 더 깊을 수 있다.
지난해 이맘때 티베트를 여행할 때였다. 여행 중 가장 큰 고통은 고소증이었다. 일반적인 적응방법은 이뇨제 복용과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다. 고도차를 극복해볼 요량으로 원기를 공급하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과 이뇨작용을 하는 오령산(五(령,영)散)을 복용했다. 그러나 고소증 앞에서 약효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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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 시차적응을 위해서는 여행지나 출발지에서 기(氣)와 혈(血)을 함께 보하는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병이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 취약점이 씨앗처럼 몸에 들어 있다가 안팎의 조건에 적응하지 못해 몸이 약해지면 병으로 도지는 것이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찾고자 하는 우아한 중년이 늘고 있지만 50대 이후에는 건강을 너무 과신해선 안 된다. 여행지에서도 일상생활과 마찬가지로 안정과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수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인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