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주간사회사, LG측에 지분 일부 인수 제시LG “관심 없다” 반응에도 채권단 구애 공세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크레디트스위스, 우리투자증권·산업은행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하이닉스 매각주간사회사는 채권단이 보유한 21.4%의 지분 가운데 약 5%를 LG가 시장 가격에 우선 매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채권단 지분은 약 16%로 줄고, 하반기로 예정된 블록세일(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정해진 가격에 지분을 쪼개서 파는 것)까지 할 경우 10%대로 감소하게 된다.
채권단이 10% 남짓한 지분을 보유하면서 LG의 하이닉스 경영을 도와주되 추후 일정 가격에 지분을 사갈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주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이 방안이 인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하이닉스의 주인을 찾아줄 수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 꼽혀 왔다.
사실 LG에 하이닉스는 ‘기억하기도 싫은 상처’와 같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구조조정 방안으로 추진됐던 ‘빅딜(Big Deal·사업 맞교환)’ 과정에서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흡수 합병돼 생겨난 회사이기 때문이다.
LG는 한때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경우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막대한 투자비용이 지속적으로 든다는 이유로 2007년부터는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혀 왔다. 현재 반도체 경기가 호황을 맞고 있지만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경기 변동에 민감해 경영실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것도 LG가 하이닉스 인수를 꺼리는 이유다. 자칫 하이닉스에 LG그룹 전체가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매각주간사회사의 구상일 뿐 LG에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LG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라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중 하이닉스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 곳은 사실상 LG뿐”이라며 “LG전자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할 때도 최적의 파트너로 꼽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지난해 9월 하이닉스 매각 작업을 개시했을 때 효성이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가 철회하는 과정에서도 LG는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LG는 당시에도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혀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채권단은 올해 초 하이닉스 매각을 재개하면서 투자설명회까지 열었으나 인수의향서를 낸 기업이 전무해 또다시 불발로 그쳤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