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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펀 월드컵]스페인 압박에 ‘독안에 든 독일’ 자멸… 결승 전략은?

입력 | 2010-07-10 03:00:00


독일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매우 인상적인 팀 가운데 하나였다.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네 골씩 작렬한 두 경기는 역사에 남을 승부였다. 준결승에 이르기까지 지속된 독일의 경기력은 스페인까지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스페인은 잉글랜드 아르헨티나와는 여러 모로 다른 상대였다. 자타가 공인하는 패스 능력은 물론이고 압박, 볼 키핑, 조직력, 공수 밸런스, 벤치의 융통성 등 대부분의 측면에서 그러하다.

잉글랜드는 독일과의 경기에서 압박과 볼 키핑의 측면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경기를 치렀다. 잉글랜드의 부실한 압박과 불안한 볼 키핑은 독일이 미드필드에서부터 빠르고 정교한 플레이를 하기 쉽게 했다. 독일의 플레이메이커 메주트 외칠은 충분한 공간적 자유를 누렸다. 공격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로 다른 약점들을 덮으려 했던 아르헨티나의 희망도 물거품이 됐다. 독일에 당한 0-4 대패는 아르헨티나의 조직력 결여와 심각한 공수 불균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결과다.

그러나 스페인은 달랐다. 우선 페드로의 선발 기용부터가 성공적이었다. 다소 과욕을 부리며 팀의 기회를 날리는 모습이 옥에 티였기는 했더라도 페드로는 스페인 중원의 역동성을 증가시키며 독일 수비에 부담을 주는 존재가 됐다. 수비형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적절한 위치 선정도 돋보였다. 대회 내내 거의 기복이 없던 외칠의 플레이가 위축되며 효율성이 감소한 것은 부스케츠의 활약과 관련이 있다.

빠르고 세밀한 역습 능력을 지닌 독일이 낮은 지역으로 라인을 내리면서 ‘선 수비 후 역습’을 꾀한 선택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스페인 선수들의 영리한 압박으로 산산조각 났다. 스페인의 장기 중 하나가 바로 상대 수비 진영에서부터 펼치는 효과적인 압박이다. 다비드 비야,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의 압박으로 독일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의 전진 패스 정확도는 매우 낮아졌고 이는 독일의 역습을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스페인이 공격 실패 후 볼을 곧바로 찾아와 재차 공격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후방에서부터 볼이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하다 보니 독일의 득점 기계 미로슬라프 클로제는 볼을 터치하는 횟수가 줄어들게 됐다. 압박으로 빼앗아온 볼을 지켜내는 데에는 스페인의 패스와 볼 키핑 능력이 유용하게 쓰였다. 특히 사비 에르난데스를 중심으로 이니에스타와 사비 알론소, 그리고 적절히 공격에 가담했던 양 측면 수비수들이 이 작업에 큰 공을 세웠다.

결국 스페인은 자신들의 강점을 극대화한 반면 독일의 강점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하며 감격의 결승행을 이뤘다. 첫 우승 도전이라는 공통점에다 축구 내적 인연(요한 크라위프를 생각하면 된다)도 깊은 네덜란드와의 대결에서 과연 어느 쪽의 강점이 잘 살아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