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지 8일된 스무살의 베트남 새댁 27세 연상 남편 돌변… 끝내 숨져마구잡이 국제결혼 상혼 도마에베트남 영사관 “매우 심각한 문제”
입국 수속 절차 때문에 T 씨는 베트남에 남고 남편이 먼저 부산 사하구 신평동 신혼집으로 돌아갔다. 4월 24일 여권과 비자 문제로 다시 베트남에 온 남편을 친정 식구들에게 인사시켰다. 마침내 T 씨는 이달 1일 한국 땅을 밟았다. 33m²(약 10평)짜리 단칸 전세방을 보고도 실망하지 않았다. 언어 때문에 집에서만 보내야 했지만 T 씨에게 남편은 한국에서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런데 8일 오후 7시 반 장 씨가 돌변했다. 저녁식사를 하다가 장 씨가 무턱대고 주먹과 발로 아내의 얼굴과 온몸을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 와 아내의 배 부위를 찔렀다. 얼마 뒤 정신을 차리고 아내를 흔들었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며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인 T 씨가 너무나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장 씨는 인근 치안센터에 전화를 걸어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자수했다. 장 씨는 경찰 조사에서 “귀신이 아내를 죽이라고 말하는 환청을 듣고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9일 장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를 중개한 결혼업체에 대해서도 인가 여부, 소개과정에서의 불법 여부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결혼 상대자에 대한 사전 검증 없이 돈만 내면 무조건 연결시켜 주는 국제결혼업체의 그릇된 상혼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주한 베트남영사관과 경찰은 T 씨의 여권번호 등을 토대로 베트남 현지 가족 연락처를 파악하고 있다. 베트남영사관 관계자는 “이 사건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베트남 정부에 사건 경위 등을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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