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최근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된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이런 골치 아픈 에피소드를 제시하며 독자들을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수천 명을 죽일 수 있는 폭탄의 위치를 알고 있는 테러리스트를 고문해 자백을 받아내는 것은 나쁜 일인가? 자식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가 장기(臟器)를 파는 것은 잘못인가? 대다수 시민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거지를 강제 수용하는 일은 정당한가? 이런 알쏭달쏭한 질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유보한 채 정의의 본질을 탐구하는 지적 탐험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경제 분야에서 정의는 정책이나 이데올로기의 문제와 직결된다. 경제가 성장하면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은 대다수 나라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렇다면 양극화 해결을 위해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의 돈을 국가가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거나 마이클 조든과 같은 스포츠 스타에게 거액의 세금을 물리는 것은 정의에 부합하는가? 국내 좌파 지식인들이 이 책을 ‘열공’하는 것이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어느 부분에도 좌파나 우파에 대한 언급은 없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