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기다린 ‘쉼표’… 나는 자격이 있다
이런 상황은 어떨까.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조난당해 함께 지내게 된 것인데 국적별로 판이할 것 같은 해프닝이 이 월드와이드 조크의 핵심이다.
이탈리아인: 한 남자가 여자를 독차지하려고 다른 남자를 제거한다.
독일인 : 남자는 제각각 여자 방문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정확한 시간표부터 작성한다.
영국인 : 두 남자는 누군가가 그 여자를 자신에게 소개시켜 줄 때까지 꾹 참고 기다린다.
일본인 : 두 남자는 도쿄로 팩스를 보내 어떻게 처신할 것인지 지시를 기다린다.
이 조크는 ‘위트상식사전’이란 책에 나오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3년째 ‘일하는 시간’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해온 한국인이 이 조크에서는 과연 어떻게 묘사될지 궁금하다.
수년 전 타히티의 한 리조트에서 프랑스인 마케팅매니저와 나눈 대화다. ‘한국 사람은 왜 이 좋은 섬에 와서 사나흘밖에 안 지내고 돌아가요? 그 비싼 항공료 내고 어렵게 와서./휴가가 짧아서요./며칠일인데요./1년에 일주일쯤./아니 왜 살아요?/예?/일하려고 세상에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그건 그렇지만…. 자리를 오래 비우면 업무가 마비돼서요./다른 사람은 없나요?/있지만 책임을 질 수없기 때문에. 댁들은 어때요?/우린 휴가 떠나면 다른 사람이 맡아요. 그리고 휴가는 한 달이에요.’
그렇게 여자는 당당하게 말했다. 자신은 휴가를 즐기기 위해 일한다고. 그러고는 한심한 듯 나를 쳐다봤다. 그렇다. 휴가는 보상이다. 내 일에 대한 당연한 대가다. 그런데 그게 그리 녹록지 않다. 회사도 비용절감을 위해 적극적으로 쓰라고 종용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휴가는 짧고 근무시간은 길다.
올 여름휴가도 코앞에 다가왔다. 그리고 대부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주일간 휴가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휴가일수를 늘릴 수는 없는 일. 하지만 휴가를 그 어느 때보다 가치 있게, 귀중한 휴식으로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휴가란 내가 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런 만큼 멋진 휴가로 지친 나 자신을 기쁘게 만드는 것은 나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휴가를 철저하게 즐기자.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