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몽 도메네크
4강 진출에 실패한 브라질의 카를로스 둥가(47) 감독은 귀국하자마자 축구협회로부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고를 받았다. 역시 4강 진출에 실패한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50) 감독은 "나의 시절은 이제 끝났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줬다"며 스스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한 나라의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는 '양날의 칼'과 같다. 국민이 기대하는 만큼 성적을 거두면 '영웅'이 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하루아침에 '역적'이 되고 만다.
허 감독의 사퇴로 공석이 된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 자리. 후임 감독은 어떤 인물이 적합할까. 그동안 성공한 감독과 실패한 감독들의 사례를 볼 때 최소한 다음 4가지 조건은 갖춰야 할 것 같다.
허정무
나머지 20명은 K리그에서 뛴 선수들이다. 박지성 차두리 김보경도 대학 때까지는 국내무대에서 활동했다. K리그 감독들은 프로 선수들 뿐 아니라 스카우트를 위해 대학과 중, 고교 선수까지 평소 눈여겨본다. 따라서 최고의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K리그 감독을 역임해본 경험이 중요하다.
여기에 선수 시절 해외에서 뛰었거나 지도자 연수를 통해 해외 특히 유럽축구를 체험해본 경험이 있으면 자격 조건에 플러스알파가 될 것이다.
긴 과정을 통해 히딩크 감독은 선수를 직접 테스트하면서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대표팀을 맡을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에 따라 장기간의 합숙훈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K리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 면면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카를로스 둥가
셋째로는 명예를 존중하고 도덕성이 있는 지도자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예는 아니지만 연봉 등 돈 문제를 놓고 협회와 다툼을 벌인 감독 치고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낸 지도자는 거의 없다. 또한 외국에서는 거액의 몸값을 받은 대표팀 감독이 협회 여직원과 불륜에 빠지거나, 심지어는 여기자와 스캔들을 만드는 등 물의를 일으키며 그 나라 축구를 망쳐놓은 경우도 있었다.
넷째는 언론과 소통을 잘하는 지도자여야 한다. 프랑스의 도메네크 감독은 청문회에서 "언론이 대표팀 내분을 부추겼다"며 16강 진출 실패의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고 한다. 그는 평소에도 언론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명망 있는 축구인들로 구성된 기술위원회이니 만큼 강력한 카리스마로 태극전사를 이끌 '명 감독'을 또 한번 탄생시켜 주기를 기대해 본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