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 ‘선비문화와 목가구’전, 국제갤러리 신관 ‘아르 데코 매스터피스’전
18세기에 제작된 2층장(위사진). 사랑방에서 사용하던 목가구는 한옥 구조에 맞춰 낮게 제작되고 방의 좁은 폭을 고려해 벽면에 붙여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래 사진은 화가 서세옥 씨가 소장한 19세기 필통. 사진 제공 신세계갤러리
전시장에 나온 조선시대 선비의 필통 앞에서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혼잣말처럼 되뇌더니 말을 이어갔다.
“중국, 일본과 달리 우리 목가구는 칠을 안 하고 나뭇결을 살리면서 자연 그대로를 방 안에 끌어들이고자 했다. 우리가 사랑방 가구를 마음에 두는 것은 그 안에 자연이 숨쉬고 간결하면서도 면 분할과 비례의 적절함에서 선인들이 추구하던 한국미의 본질을 볼 수 있어서다.”
에밀자크 륄만이 디자인한 가구. 그는 럭셔리와 기능을 극대화해 표현하는 아르 데코 스타일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다. 위 사진은 륄만의 또 다른 작품 콘솔(95×140×52cm). 사진 제공 국제갤러리
○ 자연의 결 살린 격조 높은 조형미
정 전 박물관장은 “사랑방 가구는 한옥에 맞게 제작됐음에도 천장이 높은 현대적 공간에 잘 어울리는 것은 비례가 적절하고 쓸데없는 장식이 없기 때문”이라며 “선비와 장인이 서로 상의하면서 안목과 기술의 흔연한 조화를 이룸으로써 걸작이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비의 정신과 안목이 응집된 목가구와 소품. 참으로 가치 있는 것은 세월의 흐름을 거슬러 늘 새롭게 빛나는 것임을 알려준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극소수 사람이 소유했던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은 희소성이 높아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화랑 측의 설명. 2년여 준비 끝에 마련된 전시에선 가구가 예술이 될 수 있는 이유를 눈으로 경험하게 한다. 구조적 기능을 강조한 디자인, 상어가죽 야자나무 등 이국적이고 값비싼 재료로 만든 가구들. 조명, 생활소품과 어우러진 인테리어도 볼거리다.
아르 데코의 거장 에밀자크 륄만이 디자인한 의자와 탁자 등 기능과 미를 결합한 가구들,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디자인한 청동 커피 테이블, 유진 프린츠가 직접 제작한 원목 장. 다채로운 가구와 소품을 보면서 디자인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어떻게 이렇게 보존관리가 잘돼 있는지 서구인의 철저함에도 감탄이 나온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