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테헤란로(路)는 당시 중동 붐의 상징이다. 1977년 6월 이란의 테헤란 시장의 서울 방문을 기념해 당시 삼릉로를 테헤란로로 개명한 것이다. 도로 항만 등 건설 진출로 시작된 중동 붐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시들해졌다. 국제 유가의 하락, 중국 동남아 같은 신흥시장의 등장, 걸프전 발발 등으로 중동은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하지만 2000년 이후 고(高)유가 시대가 다시 찾아오고 중동 국가들이 연간 수천억 달러의 오일머니를 손에 쥐면서 한국 기업의 중동 진출이 재개됐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중동 지역의 전체 건설 계약액 가운데 4분의 1인 360억 달러(약 44조 원) 상당을 한국 기업이 따냈다고 보도했다. 2003년 수주액 23억 달러의 15배를 웃도는 규모다. 그동안 한국에 대해 위기를 과장하고 비판적 보도를 많이 했던 이 신문은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면서 한국의 성공을 호의적으로 보도했다. 한국이 1970년대에 이어 제2 중동 붐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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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