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관 차이가 다른 性문화 불렀다”조선시대 ‘인간=자연’ 간주자연스럽고 즐겁게 받아들여日은 미니정원 따로 꾸미듯스스로를 규제하고 관리
신윤복의 풍속화(왼쪽)와 일본 춘화. 소메야 도모유키 교수는 “꽃을 보기 위해 한국인들은 산(자연)으로 가고 일본인들은 정원을 만든다. 이 같은 자연관이 성을 자연스럽게 즐겼던 조선과 인위적으로 관리한 일본의 차이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자연스럽고 밝게 표현된 조선시대 성(性) 문화는 간접적이고 관리된 것처럼 나타나는 일본의 성문화와 다르다. 이는 양국의 자연관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음담패설 속에 드러난 조선시대 성 관념을 일본 에도시대의 성 관념과 비교해 그 차이를 자연관에서 찾는 콜로키움(학술 발표회)이 열린다. 일본 이바라키 그리스도교대의 소메야 도모유키 교수는 1일 오후 4시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조선시대의 음담, ‘밝은 성’의 세계-한일 자연관의 차이에 근거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일본의 성 문화는 “자연스럽게 다루지 않고 관리하려 한 인상을 준다”고 했다. 게이샤가 있는 유곽이 발달하고 남성들의 성욕을 일정 장소에서 분출하게 한 점 등에서 성을 인공적으로 ‘관리’했던 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같은 차이가 자연관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한국은 자연 속에 직접 들어가고 동화되는 자연관을 갖고 있다. 즉, ‘인간=자연’으로 보는 경향이 큰 것이다. 그래서 성도 자연스럽고 밝게 받아들이고 문학도 자연스럽게 이 같은 경향을 나타낸 것이다.
일본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게 아니라 간접적으로 느끼고 인간 생활로 자연을 끌고 들어오려는 성향이 있다. 나무를 만든 분재나 집 안에 따로 꾸미는 미니 정원 등이 그 예다. 그는 “한국인들은 자연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려고 하고 일본인은 인간과 자연 사이에 정원과 같은 ‘중간 지대’를 만들려고 한다”면서 “지금의 한국 사회는 원래의 자연스러운 성 문화를 덮고 지나치게 유교 문화를 강조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선시대 당시 동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소재의 야담이 유포됐으리란 추정도 내놓았다. 한방에서 아이 네 명과 함께 자야 했던 부부가 밤에 아이들 자는 틈을 타 정을 나누려고 서로를 찾다 방을 빙빙 돌았다는 조선시대 ‘기이재상담(奇異齋常談)’, 정을 나누려고 아이들에게 밖에 나가 빨래를 하도록 했다가 아이들이 돌아오는 바람에 들키고 말았다는 일본의 옛 음담이 비슷한 것이다. 이보다 더 노골적인 사례도 발표한다.
소메야 교수는 1일 발표가 끝난 뒤 ‘기이재상담’을 규장각에 기증할 예정이다. ‘기이재상담’을 번역했고 이번 콜로키움을 주관한 정병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비록 한 권이지만 유일본이고 자비로 구입한 책을 기증한다니 뜻 깊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02-880-5827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