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비용은 대외비… 홍보효과 15조원 ‘함박웃음’북한팀 구호는 누가 정했나‘1966년처럼, 조선아 이겨라!’주민공모 못해 北축구연맹서 정리왜 기아차 광고만 많이 보이나현대-기아 7 대 3으로 경기장 배분아르헨-나이지리아전 기아 몫 ‘횡재’
32개 본선 진출국 대표팀 버스와 의전차량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후원사인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 본선 진출 32개국 대표팀 버스와 의전 차량 등 모두 830여 대를 지원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 앞에 주차해 있는 현대·기아차의 32개 본선 진출국 대표팀 버스와 의전차량. 사진 제공 현대·기아자동차
천문학적인 돈이 들 거라고만 예상할 뿐 후원사가 되는 데 돈이 얼마나 필요하고,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FIFA 공식 후원사 6곳 중 유일한 한국 기업인 현대·기아차로부터 이번 월드컵 마케팅을 둘러싼 뒷얘기를 들어봤다.
○ 얼마 들여 얼마 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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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후원사가 되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는 FIFA 측의 요구로 철저히 대외비에 부쳐진다. 마케팅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도 정확하게 알 방법이 없다. 다만 경기가 전 세계로 중계될 때 후원사의 브랜드가 노출되는 시간, 시청자 수 등을 근거로 마케팅 효과를 계산해볼 수는 있다. 현대차 측은 239개국에서 800억 명이 TV로 월드컵을 시청했다는 수치를 근거로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의 방송노출 효과를 약 9조 원으로 계산했다. 광고판 운영 방식이 공식 후원사에 훨씬 유리해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4년 전보다 방송노출 효과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보다는 유럽과 중남미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한다는 측면에서 한국팀의 성적은 마케팅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강팀들이 올라가 대회 흥행이 잘될수록, 그중에서도 유럽 팀들이 선전할수록 마케팅 효과가 높아진다고 한다.
○ 북한에서도 이벤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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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 진출국에 있는 현대·기아차 대리점에서 현지인들의 아이디어를 받아 그 나라 국가대표팀의 구호를 정하는 것이었다. 해당국 축구연맹, FIFA가 함께 심사를 벌여 공식 구호를 정하고, 이 구호는 현대·기아차가 각국 대표단에 제공하는 선수이동용 버스 옆면에 현대·기아차 로고와 함께 인쇄된다. 한국팀의 구호는 ‘승리의 함성, 하나된 한국’이었고, 한국과 26일 16강전에서 맞붙을 우루과이팀 구호는 ‘햇빛이 우리에게 내린다. 우루과이 파이팅!(The sunshines upon us. Go Uruguay!)’으로 정해졌다.
본선 진출 32개국 중 현대·기아차가 대리점을 둔 나라는 31개국. 이 이벤트를 할 수 없었던 단 한 곳이 바로 북한이었다. 현대·기아차는 고민하다가 FIFA에 이 문제 해결을 의뢰했고, 결국 북한축구연맹과 FIFA가 함께 북한팀 구호를 ‘또다시 1966년처럼, 조선아 이겨라!’로 정리했다. 지름 4m짜리 대형 축구공에 본선 진출국 시민들의 사인을 받은 뒤 남아공에서 전시하는 ‘굿윌볼’ 이벤트도 북한에서는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 기아차 광고만 나왔다?
23일 새벽에 열린 한국-나이지리아전, 17일 열린 한국-아르헨티나전에는 경기장 광고판에 현대차는 나오지 않고 기아차 로고만 나와 눈썰미 좋은 이들의 궁금증을 샀다. 이유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남아공의 축구 경기장을 7 대 3으로 나눠 광고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조 편성이 되기도 전에 두 회사가 광고할 경기장을 정했는데, 공교롭게도 기아차가 광고판을 걸기로 한 더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각각 나이지리아전과 아르헨티나전이 열린 것. 기아차 국내영업팀으로서는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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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에서 월드컵 마케팅을 전담하는 팀은 해외마케팅팀의 스포츠마케팅그룹. 7명으로 이뤄진 이 그룹은 FIFA의 스태프로서 어느 경기장에나 들어갈 수 있는 출입증을 받지만, 경기가 열릴 때는 일이 많아 실제 관람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시차가 맞지 않아 오전 1, 2시까지 야근을 하거나 밤을 새울 때가 많지만 취업준비생들에게까지 명성이 알려진 인기 부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