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일은, 북한의 국가인 ‘애국가’ 선율도 ‘조니가 없어 슬프다’와 흡사하다는 사실입니다. 못갖춤마디에 ‘솔 도…’ 음계로 시작하는 점이 그렇고, 첫 두 마디 아홉 개 음표의 박자 진행까지 똑같습니다. ‘올드 랭 사인’과도 첫 네 음표의 진행이 같습니다. 남북이 통일돼 국가를 새로 만든다면 ‘조니…’의 멜로디를 써도 되겠다는 생각도 한때 했죠. 그러나 혼자만의 이 생각은 바꾸었습니다. 우리 민족도 훌륭한 작곡가를 많이 갖고 있는데 다른 민족의 선율을 쓸 필요는 없겠죠.
그 쪽에서 말하는 ‘공화국’의 애국가를 처음 들은 건 199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선율도 아름다웠지만 평화로운 가사가 인상 깊었습니다.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반만년 오랜 역사에/슬기론 인민의 이 영광(…)” ‘조선’을 ‘조국’으로, ‘인민’을 ‘겨레’로 바꾼다면 남쪽에서 애국 가요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듯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선수의 그 눈물은 공감과 함께 뭔가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나 뿐 아니라 주변의 여러 사람이 그런 느낌을 얘기했습니다.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명확하게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그가 들으며 눈물 흘리는 그 국가가, 국민의 인권과 복리를 보장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해 인정받는 나라의 것이었으면’이라는 아쉬움이었습니다.
하필 포르투갈 전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때 이런 얘기를 해서 미안합니다. 많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울분을 삭이고 있겠죠. 그러나 다시 일어설 것을 믿습니다. 지난 경기의 경험은 44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우뚝 선 데 대한 얼마간의 ‘비용’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한 경기를 멋지게 마무리한 뒤, 4년 뒤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본선에 진출하기를 기원합니다. 그 때는 나도 한층 마음 편히 응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민족의 일원으로서, 국민의 복리와 평화를 위해 한걸음씩 전진하는 나라를 응원한다는 기쁨을 갖고서 말이죠. 정대세 파이팅!
유윤종 문화부 차장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