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역사영상심포지엄사랑-박애 정신은 공통의 언어양 국의 얽힌 감정 푸는 실마리로
19일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역사영상심포지엄. 영화평론가 김종원 씨(가운데 마이크 잡은 사람)가 ‘영화로 본 한일관계’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도쿄=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19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 한국문화원 2층 한마당홀. ‘영화로 말하는 한일관계의 심층’을 주제로 한 영화 상영과 심포지엄 행사에 약 500명이 몰렸다. 이날 행사는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도쿄의 재일한인역사자료관(관장 강덕상)과 서울의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정재정)이 함께 마련했다. 영화를 통해 한일관계를 되짚어보기 위한 자리로,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상영된 영화는 세 편. 1945년 5월 조선총독부 후원으로 제작된 ‘사랑과 맹세’는 가미카제 특공대에 지원한 일본인 장교에게 감동받아 조선 청년들이 특공대를 지원한다는 선전 영화다. 이 영화는 일제의 패망으로 사장됐다가 이날 처음 상영됐다. 일본에서 인권·평화 영화 연출로 유명한 고 이마이 다다시 감독이 이 영화의 공동감독이었다는 사실은 일본 중장년층에게 놀라움이었다. 심포지엄 토론자로 참여한 재일동포 오덕수 감독은 “이마이 다다시가 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실 자체가 시대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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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제작된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호타루(반딧불이)’는 1990년대 후반 대중문화 교류가 활발해진 영향으로 양국에 모두 상영된 영화다. 가마카제 특공대 장교로 죽은 조선인과 일본인 연인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비극을 그렸다. 이 영화를 보려고 두 시간이나 차를 타고 왔다는 주부 이시이 후미코 씨(62)는 “‘호타루’처럼 이념과 민족을 초월한 사랑을 다룬 영화가 많아진다면 양국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세 편의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전쟁과 인간’”이라며 “이 같은 영화를 통해 나라와 민족은 다르지만 평화롭게 상생하고 공영할 수 있는 지혜를 찾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사랑의 묵시록’을 만든 김수용 감독과 영화 속 주인공인 윤학자 여사의 장남인 윤기 숭실공생복지재단 명예회장 등도 참석했다. 심포지엄에서는 김종원 씨가 ‘영화로 본 한일관계’에 관해, 일본 와세다대 우쓰미 아이코 객원교수가 ‘국책영화에 그려진 내선일체’에 관해 발표했다.
도쿄=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