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교전악몽 생생하지만 진급하려면 다시 배 타야
천안함 폭침사건이 일어난 뒤 생존 장병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한 명도 빠짐없이 정신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제2연평해전 생존 장병들은 제대로 된 정신치료를 받지 못했다.
당시 머리에 파편상을 입었던 갑판장 이해영 원사(46)는 실밥도 뽑지 않은 채 9일 만에 퇴원했다. 그는 침몰 53일 만에 인양된 참수리 357호정에 다시 투입됐다. 생존 장병 10명과 함께 직접 호스를 들고 배 구석구석에 쌓인 개흙을 물로 씻어냈다. 주인 잃은 군복에서 동료 이름이 새겨진 명찰을 보고 또다시 충격에 휩싸였지만 썩는 냄새 속에서 말없이 유품을 거두고 함내를 청소했다. 그는 “썩은 흙 때문에 피부병이 생길 정도였지만 희생 동료의 유품과 마주치는 것이 더 큰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병기장 황창규 상사(36)는 참수리 357호정이 인양되던 날 바지선에서 자신이 탔던 배를 마주했다. 탄약이나 포탄에 문제가 생겨 폭발할 위험이 없는지 챙겨보라는 임무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포 소리, 신음소리가 생생히 남아 있는 배를 황 상사는 샅샅이 뒤져야 했다. 황 상사는 “해상에서 인양작업을 진행하며 하룻밤을 꼬박 새웠고 처참한 모습의 배가 올라오는 장면을 다 지켜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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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