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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경시대회 과학고생 울린 일반고생

입력 | 2010-06-17 03:00:00

대원고 3학년 권순형 군
서울시대회 화학부문 대상




“일반계고 학생이 만점이라고?”

2010 서울시 수학·과학경시대회 수상자를 선정하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경시대회는 과학고 학생들이 휩쓰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반계고 학생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전체 수상자 중 30%는 일반계고 학생으로 뽑을 정도다.

이번 대회에서 화학부문 대상을 받은 권순형 군(18·사진)은 일반계고인 대원고 3학년이다. 수학 물리 생물 지구과학 등 다른 분야는 모두 과학고 학생들이 대상을 수상했다. 권 군은 1차 지필평가에서 유일하게 200점 만점을 받는 등 화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유기화학을 좋아해요. 물질을 세세하게 탐구한다는 게 화학의 매력이죠.” 권 군에게 화학은 최고의 즐길 거리다. 그는 거의 독학으로 공부해 요즘은 대학의 화학 전공 교과서를 보고 있다. 일반계고에서 권 군 수준의 심화 수업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권 군은 학교에서 ‘화신(화학의 신)’으로 불린다. 고1 때부터 교내 경시대회에서 선배들을 제쳤다. 조은희 화학 교사는 “수업시간에 따로 공부를 해도 좋다”고 말했지만 권 군은 “수업시간의 기본 개념정리도 중요하다”며 학교 수업도 열심히 참여했다.

각종 교외 대회의 학교 대표로 매번 권 군이 추천됐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양보하기도 했다. 권 군은 얼마 전 과학논술대회 대표로 추천됐을 때도 “다른 친구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다”며 “희망자가 없을 경우에만 대회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 군은 “2년 만에 고교과정을 끝내는 과학고보다는 일반 학교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화 수업을 따로 받을 수는 없었지만 책을 찾아보고 자기만의 화학노트를 만드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학교는 권 군에게 과학실을 열어주고 원하는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

권 군은 화학자와 의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는 “제가 가진 화학 지식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16일 수학부문 대상 박지원(세종과학고2), 물리부분 대상 최창하(세종과학고2), 생물부문 대상 김경덕(세종과학고2), 지구과학부문 대상 김인중 군(한성과학고2) 등 고등학생 219명, 중학생 180명의 수상자를 발표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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