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고 3학년 권순형 군서울시대회 화학부문 대상
2010 서울시 수학·과학경시대회 수상자를 선정하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경시대회는 과학고 학생들이 휩쓰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반계고 학생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전체 수상자 중 30%는 일반계고 학생으로 뽑을 정도다.
이번 대회에서 화학부문 대상을 받은 권순형 군(18·사진)은 일반계고인 대원고 3학년이다. 수학 물리 생물 지구과학 등 다른 분야는 모두 과학고 학생들이 대상을 수상했다. 권 군은 1차 지필평가에서 유일하게 200점 만점을 받는 등 화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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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군은 학교에서 ‘화신(화학의 신)’으로 불린다. 고1 때부터 교내 경시대회에서 선배들을 제쳤다. 조은희 화학 교사는 “수업시간에 따로 공부를 해도 좋다”고 말했지만 권 군은 “수업시간의 기본 개념정리도 중요하다”며 학교 수업도 열심히 참여했다.
각종 교외 대회의 학교 대표로 매번 권 군이 추천됐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양보하기도 했다. 권 군은 얼마 전 과학논술대회 대표로 추천됐을 때도 “다른 친구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다”며 “희망자가 없을 경우에만 대회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 군은 “2년 만에 고교과정을 끝내는 과학고보다는 일반 학교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화 수업을 따로 받을 수는 없었지만 책을 찾아보고 자기만의 화학노트를 만드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학교는 권 군에게 과학실을 열어주고 원하는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
권 군은 화학자와 의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는 “제가 가진 화학 지식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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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