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브라이덜 위크’ 크리스털 장식 거의 안보여
디자이너 헤수스 페이로의 쇼가 끝난 뒤 백스테이지에 모인 모델들. 나비를 떠올리게 하는 머리장식, 소녀풍의 드레스가 인상적이다. 사진 제공 사진작가 전재호 씨
가톨릭 전통을 따르는 스페인은 전통적인 ‘웨딩 강국’이다. 다른 패션 분야에서는 프랑스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만, 웨딩드레스 분야만큼은 디자이너의 명성이나 산업 규모에서 스페인이 앞서 있다. 스페인의 웨딩 그룹 프로노비아스가 전 세계 웨딩 산업의 5%를 차지한다는 말도 있다.
이탈리아, 미국, 영국에서도 웨딩 관련 행사가 열리지만, 이 BBW가 돋보이는 이유는 디자이너 컬렉션 쇼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전시 부스에서는 ‘상품’으로 드레스를 접한다면, 컬렉션 쇼는 디자이너가 구상한 콘셉트와 분위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탈리아와 영국의 웨딩 페어는 지금까지 전시를 주로 해왔지만 BBW의 성공에 자극받아 컬렉션 쇼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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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페페 보테야의 단순하면서도 로맨틱한 드레스. 스페인 웨딩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그는 그리스와 이탈리아 로마에서 영감을 얻은 클래식하고 우아한 컬렉션을 선보인다. 사진 제공 사진작가 전재호 씨
파티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국내에서는 웨딩드레스를 빌려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서양에서 웨딩드레스는 ‘사는’ 옷이다. 웨딩드레스를 사서 결혼식 때 입은 뒤 수선해서 파티에 입고 가고 훗날 가까운 이에게 물려주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활용’이 가능한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한다고 한다. 시내 곳곳에서 드레스 숍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헤수스 델 포소는 유럽풍 미니멀리즘을 잘 표현하는 디자이너로 꼽힌다.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한 멋이 배어나는 드레스가 주를 이뤘다. 옷자락이 흐르는 듯 움직이게 만들었으며 원단을 사선으로 자르거나 여러 겹으로 늘어뜨려 독특한 실루엣을 완성시켰다.
얇고 가벼운 소재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레이몬 분도는 모델들의 머리를 잎이 풍성한 나뭇가지로 장식했다. 캣워크 곳곳에도 나무를 배치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듀오 디자이너 빅토리오&루키노는 절제된 세련미, 완성도 높은 드레스로 호평을 받았다. 로사 클라라의 쇼에서는 할리우드 배우 미샤 바턴이 피날레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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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디자이너들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웨딩드레스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쇼는 쇼였다. 웨딩드레스 컬렉션이라고 해서 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로 쇼를 진행하는 디자이너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강한 비트에 중독성 있는 음악이 캣워크를 가로질렀다. 관객들은 제3자에 머무르지 않고 어깨를 들썩이며 쇼에 녹아들었다. 붉은색 옷을 입은 스페인 비보이들이 나와 웨딩드레스 사이사이에서 격렬한 춤을 췄으며, 로사 클라라의 쇼에서는 미샤 버턴이 피날레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바르셀로나=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