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시론/김정식]글로벌 KB, 금융기술에 달렸다

입력 | 2010-06-17 03:00:00


KB금융지주가 회장 내정자로 어윤대 후보를 선출했다. 시중은행 자산순위 선두를 달리고 있는 KB금융그룹의 회장 선출은 우리 금융업의 리더를 뽑는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회장 후보가 모두 MB맨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려를 불식하고 기대에 부응하는 길은 경쟁력을 높여서 KB를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키는 수밖에 없다. 어윤대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셈이다.

먼저 금융기술을 익혀 KB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어윤대 내정자는 글로벌 KB를 강조한다. 세계시장에서 수익을 내도록 KB를 금융에 있어서 삼성전자와 같이 만들고 싶어 한다. 이는 바람직한 경영전략이고 우리 금융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문제는 금융기술에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금융업은 기술집약적이며 동시에 위험이 높은 산업이다.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국제화된 지금은 금융기술이 있어야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금융업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할 충분한 금융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기술을 개발하여 세계 강자가 되었지만 우리 금융업은 그동안 금융기술을 가진 인재를 키우지 못했다.

전임 황영기 회장 역시 우리금융 재직 시 삼성전자와 같이 우리금융도 해외로 나가자고 주장해 대규모 해외투자를 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글로벌 KB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먼저 KB가 보유한 우수한 금융 인재를 재교육해 금융기술을 습득하도록 경쟁력을 갖추는 일을 우선시해야 한다.

다음으로 대형화에 신중해야 한다. 우리 금융기관의 규모는 선진국 금융기관에 비해 작다. 선진국의 대형 금융회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KB의 대형화가 필요하다. 문제는 대형화만으로 경쟁력이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대형화는 오히려 비용을 높여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더 커지고 강해진 노동조합 때문에 임금이 높아질 수 있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무리한 대출과 투자를 늘려 국가적으로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역시 합병을 통해 금융기관 대형화를 시도했으나 결국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졌으며 지금은 금융기관의 대형화 추세에 제동을 건다. 따라서 글로벌 KB를 위해서 장기적으로 대형화를 추진하는 일이 필요할지라도 지금은 여건을 감안해 대형화의 득실을 신중히 점검해야 한다. 너무 성급하게 대형화를 시도하는 건 위험하다.

마지막으로 KB 내부조직을 정비해서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KB금융은 전임 회장이 퇴임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많은 혼란이 있었다. 감독기관과의 마찰도 있었다. 그 결과 KB의 수익률은 경쟁 은행보다 낮아졌다. 어윤대 내정자는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고 KB 내부 분위기를 쇄신해 수익률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국내 리딩 금융기관으로서 내부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국내 금융업은 과거와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예금과 대출업무에 추가해서 차입과 투자업무가 늘어나며 국제화의 진전으로 금융기술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여기에 업무의 전산화로 필요 인력 역시 감소했다. 금융환경은 급변하는데 우리 금융업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다.

KB는 이러한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세계화와 대형화에 앞서 내부 혁신과 금융기술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대책으로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KB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가 어윤대 회장 내정자에게 기대를 거는 것도 이러한 역할을 해줄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