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맹활약한 차두리 선수가 인간이 아닌 로봇이라는 ‘차두리 로봇설(說)’은 ‘호나우지뉴 외계인설’ 못지않게 그럴듯하다. 그 증거라는 것이 배꼽을 잡는다. 유니폼 뒤에 새겨진 영문이니셜 ‘D R CHA’는 차 박사가 그를 만들었다는 의미란다. 머리카락이 없어 태양광을 잘 받는다고도 한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차 선수가 공을 잡을 때는 차범근 해설위원이 아들 로봇을 원격 조종하는 데 집중하느라 조용해진다는 점이란다. 옛날 등번호 11번은 충전을 위한 콘센트 자국이었는데 이번에 22번을 단 것은 220V로 업그레이드되었기 때문이라니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차두리 로봇설은 차 선수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긍정적 마인드를 칭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들 칭찬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차범근 해설위원의 처지를 꿰뚫어본 누리꾼의 재치와 상상력이 기막히다. 누가 먼저 ‘발명’했는지 알 수 없는 차두리 로봇설은 진화를 거듭해 지금은 차두리가 차범근 해설위원의 아바타라는 ‘차바타설’에 이어 차두리 로봇 설계도까지 등장했다. 차두리 선수도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고 웃는 것 같다”며 싫지 않은 표정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