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지사는 민주당이 6·2지방선거에서 대승했는데도 “나는 평소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반대했다. 항상 의회가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민주당은 과거 선거에서 줄줄이 패배했던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 국민이 믿고 정부를 맡길 수 있도록 신뢰를 주는 대안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도지사의 역할에 대해선 “당 공천을 받은 정치인이지만 행정이 90%, 정치가 10%”라고 말했다. 그는 ‘돌배나무엔 돌배가 열리고 참배나무엔 참배가 열린다’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모든 것은 뿌린 대로 거둔다는 의미다. 박 지사처럼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주류를 이룬다면 민주당이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대안세력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의 행보를 보면 승리에 도취돼 민의(民意)의 소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자신들이 희망하는 쪽으로 국정쇄신 인적쇄신을 하라고 주문했다. 천안함 사태에도 불구하고 북을 포용하는 쪽으로 대북정책 기조도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이 14일 쇄신 방안을 밝히자 ‘불통령의 연설’ ‘오만과 독선의 극치’ 등으로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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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의 내용과 방식, 또 의회권력의 행사 방식은 소임을 맡은 세력이 선택할 일이다. 그 결과에 대해 다음 대선과 총선에서 심판받으면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심이 국정 주체세력에 ‘경고’하는 중간 성적표를 냈다는 해석은 맞다. 지방권력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는 실질적 고통도 안겼다. 제대로 정신이 박힌 집권세력이라면 마땅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민심의 야박함을 탓한다면 그 역시 선거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만 입증할 뿐이다.
그러나 앞으로 민심을 얻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도 당연히 그들의 몫이지 민주당이 이래라 저래라 목청을 높일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정위치에서, 제 할 일만 다하면 된다. 상대에 대해 반대는 하더라도 발목을 잡아선 곤란하다. 정녕 자신들 뜻대로 국정을 해보고 싶다면 다음 기회를 대비해 대안세력으로서의 실력을 쌓고 민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 승리는 민주당에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박지성 선수는 자서전 ‘나를 버리다’에서 “만족하는 순간 멈춘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어느 위치에서든 정확하게 골을 넣을 수 있게 연습에 전심전력하겠다는 다짐을 “골대는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표현했다. 정치에서는 민심이 골대다. 정치를 한다면서 민심의 골문이 어딘지도 모르고 헛발질을 하면 득점을 할 수 없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