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47cm에 멈췄지만 열정은 멈추지 않아요”
“‘코러스 라인’의 배우 코니로 섰을 때는 내가 코니를 너무 심하게 괴롭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 하나에만 몰두했다”는 바욕 리 씨. 그러나 연출가로 ‘코러스 라인’을 지휘하면서 그는 이 작품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새롭게 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김재명 기자
‘코러스 라인’이 26일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무대에 오른다. 처음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이 공연의 연출과 안무를 리 씨가 맡았다.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1975년 이 작품의 브로드웨이 초연 때 동양인 무용수 코니 역으로 무대에 섰다. “대본 작업에 참여했어요. 코니의 대사를 내가 썼지요. 그건 내 삶이기도 했고요.”
7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의 연습실에서 만난 리 씨는 “오디션을 보러 가면 ‘키가 작아서 어떨지…’라는 말부터 들어야 했다”며 배우 시절을 돌아봤다. “잘할 수 있다고, 춤추는 걸 한 번만 봐달라고 수도 없이 매달려야 했어요. 더 높이 뛰고, 더 많이 돌고, 더 힘차게 발 구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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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지만 키 때문에 일찍 꿈을 접었다. 뮤지컬 배우로 나섰지만 작은 키 때문에 오디션 때마다 설움을 겪어야 했다. 그렇지만 이 강단 있는 여성은 좌절하지 않았다. 하이힐을 신고 무대를 뛰어다니면서 커리어를 쌓아가던 그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코러스 라인’에서다. 학창 시절 친구이자 유명한 연출가인 마이클 베넷이 맡은 이 작품은 오디션 후보 한 사람 한 사람이 털어놓는 사연으로 이뤄졌다. 코니 역을 맡은 리 씨는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면서 마음껏 에너지를 뿜어냈다. 수없이 난관에 부닥치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 코니의 모습은 리 씨와 그대로 겹쳐진다.
작은 키 좌절 않고 배우꿈 펼쳐
코니역 맡자 에너지 마음껏 분출
연출가 전업후 해외서 경력 쌓아
동양인 배우 돕는 비영리기관
뉴욕에 설립해 적극돕기 나서
“코니 역을 맡았을 즈음에는 연출가로의 전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여성이 연출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뮤지컬 제작사들은 남성 연출가에게만 대본을 검토해 달라고 보내요. 지금까지도 그렇습니다.” 그는 자신이 그저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코러스 라인’이 해외로 수출됐는데 이탈리아와 싱가포르, 홍콩 등 현지에서 연출을 맡았거든요. 그러면서 경력이 이어졌지요. ‘코러스 라인’은 항상 제가 인생의 중요한 진로에서 조명을 받게 해준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코러스 라인’에만 빚진 것은 아니다. 작은 키가,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일 때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리 씨의 부단한 열정 때문이다. 세계적인 배우로, 연출가로 이름을 날려 온 리 씨가 요즘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동양인 배우들의 활동에 제약이 많다는 점이다. “동양인 배우와 제작사를 연결해주는 비영리기관을 뉴욕에 만들었습니다. 제 자신이 활동 폭을 넓히기 위해 분투했던 경험 때문이에요. 제 문제가 절실했던 만큼 힘껏 돕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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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