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벨 장학생 모임 ‘골맺사’ 10년째 자원봉사송파 마천사회복지관서 매주 금요일 특별한 만남
‘도전 골든벨’ 출신 퀴즈의 달인들이 꿈의 전도사로 나섰다. 서울 송파구 마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어린이들이 ‘골맺사’ 언니 오빠들과 함께 꿈을 그린 도화지를 들고 활짝 웃고있다. 홍진환 기자
깔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초등학생들이 김규태 씨(25·서울시립대 법학과 2학년)의 머리카락을 고무줄로 묶어 놓고 만화 캐릭터를 닮았다며 놀려댄다. 김 씨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아이들을 잡으러 뛰어다닌다.
4일 서울 송파구 마천동 마천종합사회복지관 3층 공부방. 이곳에는 매주 금요일 ‘골맺사’라는 특별한 선생님들이 온다. ‘골든벨이 맺어준 사람들’이라는 뜻의 골맺사는 KBS 1TV의 고교생 대상 퀴즈프로그램인 ‘도전 골든벨’에 출연해 50문제를 다 맞혀 골든벨을 울렸거나 최후까지 남은 골든벨 장학생들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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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아이들에게 각자의 꿈을 스케치북에 그려 보라고 제안했다. ‘수학 공부를 안 하게 됐다’며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내 꿈이 뭐지?” “꿈을 어떻게 그리지?”
쭈뼛쭈뼛 눈치만 살피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열 수 있을까. 김 씨도 고등학교 때까지 가난한 가정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 분노하고 좌절했다.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가출을 한 적도 있다. 그는 아이들에게 더 다가서기로 했다. “내 꿈은 인도 볼리우드 영화에 출연해 춤추는 거란다.” 엉덩이를 옆으로 빼고 양손을 휘저으며 인도 전통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긴장이 풀렸는지 하나둘 꿈을 말하기 시작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그린 4학년 민수는 과학자가 꿈이라고 했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6학년 수정이는 선생님들과 함께 원더걸스의 ‘노바디’에 맞춰 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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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맺사 회장인 임희섭 씨(27·연세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는 “처음에는 사춘기에 막 접어든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의 마음을 여는 게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꾸준히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이제는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과 헤어지기 싫다’며 지하철역까지 따라오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골맺사와 복지관의 인연을 엮어준 곳은 삼성카드. 2001년 11월부터 ‘도전 골든벨’을 후원해온 이 회사는 지금까지 305명의 골든벨 장학생에게 대학입학금과 해외배낭여행 연수비를 지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