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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동나는 제주 희귀식물

입력 | 2010-06-08 03:00:00

인터넷 등 암시장서 고가거래에 불법 채취 기승

한라산 돈내코 계곡 등 곳곳서 뿌리째 사라져
“멸종위기 목록 마련 등 효과적 보존활동 시급”




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돈내코 계곡. 아마추어 사진작가 5명이 계곡 사면에 엎드려 사진 찍기에 열심이다. 10여 m 떨어진 곳에는 희귀종인 ‘한라새둥지란’이 힘없이 꺾여 있는 모습이 잡혔다. 흙이 파인 흔적도 확인했다. 한라새둥지란은 1999년 제주에서 발견된 신종. 썩은 식물의 유기물을 흡수해 사는 난으로 줄기가 투명한 상아색을 띠고 있다. 워낙 희귀하기 때문에 도채꾼들의 주요 타깃이 된다.

부근에는 한국의 멸종위기 1급 식물로 키가 30∼50cm의 작은 나무인 ‘만년콩’이 자라고 있다. 자세히 찾아봐도 4개체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10여 개체가 몰려 있었지만 1년 새 일부 개체가 사라진 것. 확인한 만년콩은 3, 4년생에 불과할 뿐 5년생 이상은 없었다. 오래 자라기도 전에 뿌리째 실종됐다.

돈내코 부근의 또 다른 계곡에는 원시적인 양치식물로 멸종위기 2급인 ‘솔잎란’이 계곡 암반 틈새에서 위태롭게 자라고 있다. 여기에도 불법 채취 흔적이 남아 있다. 솔잎란은 제주도가 북방한계선으로 줄기로 번식한다. 이름에 난(蘭)이 붙었지만 실제로 난과 식물이 아니다. 김명준 여미지식물원 객원연구원은 “2, 3년 새 희귀식물인 만년콩, 솔잎란 수십 개체가 사라졌다”며 “자생지의 자연환경이 급격히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 채취로 희생됐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주시 구좌읍 A오름은 더욱 참혹하다. 5월 말에서 6월 초 오름 능선을 빨갛게 물들이는 ‘피뿌리풀’이 자취를 감췄다. 피뿌리풀이 수백 포기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10여 개체만 남아 멸종위기에 놓였다. 난대산림연구소에서 인공증식을 시도했지만 화사한 붉은 꽃이 피기까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희귀 자생 난이 피는 봄과 초여름에 집중적으로 불법 채취가 성행한다. 국립공원 측은 20여 명의 단속반을 편성해 습지 등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지역이 너무 넓어 애를 먹고 있다.

제주지역 자생 희귀식물에 대한 불법 채취가 성행하는 것은 암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솔잎란은 인터넷 등지에서 개체당 30만 원까지 거래된다. 피뿌리풀은 뿌리가 핏빛이라는 소문 때문에 2002∼2004년 집중적으로 채취가 이뤄져 높은 가격에 팔려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군 제주도 한라생태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제주 실정에 맞는 멸종위기 ‘적색목록’을 마련하는 등 효과적인 보호 및 보존 활동을 시급히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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