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주 교수 ‘크리조티닙’ 임상시험환자 70%서 폐암 종양 크기 작아져
방 교수가 2008년부터 한국 미국 호주에서 모집한 말기폐암 환자 82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 폐암 종양 크기가 작아진 환자가 70%에 달했다. 특히 비흡연자의 폐암 치료에 중요한 단서를 줄 것으로 보인다. 82명 중 평생 담배를 한 번도 피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 75%가 넘었기 때문.
방 교수가 임상시험한 폐암은 ALK, EML4라는 두 가지 유전자의 변이로 인한 폐암. 폐 안에서 이 두 가지 유전자가 염색체 전위(위치를 바꿈)를 통해서 달라붙으면 융합단백질이 생긴다. 이 융합단백질 때문에 세포가 이상 증식하면서 폐암으로 발전한다.
그동안 폐암 치료는 하나의 열쇠로 모양이 다른 여러 개의 자물쇠를 열려고 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만큼 약의 효과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폐암은 약물치료가 잘 듣지 않고 전이가 빨라 환자가 6개월 안에 대부분 사망했다. 크리조티닙의 효과가 확인되면 앞으로는 폐암을 일으키는 유전자에 맞는 치료제 개발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맞춤형 치료제는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항암제는 암세포를 제거하면서 정상세포에도 악영향을 끼쳐 탈모, 백혈구 수 감소, 불임 등을 유발했다. 만약 EML4-ALK 유전자 변이로 인한 폐암이라면 변이 스위치만 끄면 되기 때문에 약이 독할 필요가 없다. 이상윤 한국화이자 이사는 “이번 크리조티닙 임상시험은 유전자 변이에 맞는 폐암 치료제를 찾아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