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치킨 13개국 351개 해외매장 진출
2007년 7월 싱가포르에 처음 진출한 BBQ치킨은 현재 10개의 카페형 매장에서 연 600만 달러(약 68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월 싱가포르의 대표적 번화가인 오처드로드의 한 쇼핑몰 지하 1층 BBQ치킨 매장.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늦은 오후에도 빈 좌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고객들로 붐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해외에서 이런 성과를 올리기까지 BBQ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단편적인 시장조사 결과만 믿고 직접투자 방식으로 무작정 진출했다 뼈아픈 실패를 맛봤다. 직접 투자 방식에서 현지 파트너를 활용하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전략을 바꾼 후에도 실수는 이어졌다. 국내에서 성공한 배달 방식을 그대로 이식해 낭패를 본 것. 한국에서 창립 13년 만에 최대 닭고기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갖게 된 지나친 자신감이 문제였다.
○ 직접 투자 모델 실패: 중국과 스페인
中-日-싱가포르 매장중심 영업 선호
플래그십스토어-카페형 적절히 혼합
핵심소스 철저보안… 본사 직접 배급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맛과 가격 모두에 만족한다던 고객들은 BBQ치킨을 주문하지 않았다. 중국인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게 실책이었다. 시식회에서 공짜로 준 음식에 대해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이 즉석에서 ‘맛없다’고 답할 리 없었다. ‘비싸다’고 말해 ‘나 돈 없다’고 티를 낼 사람들도 아니었다.
중국인의 음식문화를 깊이 들여다보면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었다. 위신을 중시하기 때문에 넓고 화려한 음식점을 선호했다. 불량 음식 사태를 경험해 의심도 많았다. 검증되지 않은 음식을 아이에게 주는 부모는 없었다.
○ 배달 모델 실패: 일본
BBQ는 중국과 스페인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아 향후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본사가 현지의 정서를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고,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도 없다는 점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은 본사가 현지 파트너에게 상표 사용 독점권을 부여하고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대신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매장 위치 선정과 가맹점 모집, 마케팅은 현지 파트너의 몫이다.
2006년 BBQ는 일본에서 가장 큰 스시배달 업체에 마스터 프랜차이즈 권리를 줬다. 이 업체는 배달만 하는 매장을 350개 가지고 있었고, 원가를 관리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소비자들 사이에 인지도도 있었다. 또 일본은 교통이 복잡하며 인구 밀도가 높고 싱글족이 많으니 당연히 배달 방식이 먹혀들 것으로 보였다.
BBQ는 이 업체가 자신들에게 일본 시장을 다 맡기라고 하자 이를 덜컥 받아들였다. 이는 오판이었다. 이 업체는 일본 시장과 스시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치킨은 몰랐다. 스시는 일본인 대부분이 어떻게 만드는지 알기 때문에 배달 영업이 충분히 통했다. 그러나 생소한 브랜드의 치킨은 직접 조리과정을 볼 수 없는 한 믿고 배달시키려는 일본인이 많지 않았다.
○ 철저한 현지화로 성공 발판 마련
한인재 기자 epicij@donga.com
문정빈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 BBQ치킨 해외진출 성공 요인
① 핵심역량 확보와 모방 방어
외식 산업은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고 초기 투자비용이 적은 경쟁업종이다. 이와 같은 산업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경쟁 사업자와 차별화된 맛을 낼 수 있는 기술을 가져야 한다. BBQ는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국내 및 해외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맛을 창안해 내는 데 성공했다. 또 이러한 맛의 비결을 영업비밀로 지키면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② 해외 진출 전략의 유연성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크게 두 가지 압력에 직면한다. 전 세계적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해야 하는 ‘글로벌 통합 압력’과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맞춤식 경영으로 요약되는 ‘현지화 압력’이다. BBQ가 속한 외식 산업은 바로 후자에 해당했다. BBQ는 초기 해외시장 진출에서 ‘단순 이식’ 전략을 취하다 실패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곧바로 현지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각국의 특성에 맞는 진출 방식으로 재빨리 전환해 성공했다.
■ BBQ치킨의 해외마케팅
○ 브랜드 스토리텔링 만들어 감동을 함께 팔아야
이런 무기를 들고 현지에서 전투를 벌여야 하는 사람들은 현지인이었다. BBQ는 구체적으로 어디에 매장을 내고 누구를 타깃으로 하고 가격을 어떻게 할지는 현지 파트너가 결정하도록 했다. 메뉴도 핵심 공통 메뉴를 제외하고는 현지 파트너의 의견을 들어 함께 개발했다.
차별화된 맛의 원천인 핵심 소스는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해야 했다. 현지 파트너나 가맹점이 맛의 비결을 알아낸다면 계약을 파기하고 자신의 브랜드로 직접 사업을 운영할 터이기 때문이다. BBQ는 핵심 소스는 한국 본사에서만 만들도록 했다. 또 핵심 소스를 각국 현지 매장에 직접 공급하지 않고, 닭을 일차 가공해 공급하는 현지 공장이나 센트럴 키친(닭고기 가공·물류 기지)으로 보냈다. 여기서 본사 직원의 철저한 감독 아래 핵심 소스를 닭고기에 주입하도록 했다.
이런 방식은 ‘선주문 후조리’ 원칙에 따라 갓 요리한 음식을 빠른 시간 안에 고객에게 제공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품질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가맹점에서 조리 과정에 관여하는 부분을 가능한 줄임으로써 문제가 생길 여지를 원천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BBQ는 해외 진출 방법을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통일했지만, 항상 이 방법만 고집하지는 않았다. 인접 국가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국가에서는 본사와 현지 파트너가 50 대 50 합작 회사를 설립하도록 했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을 총괄하는 싱가포르가 좋은 예다. 동부와 서부로 나눠 마스터 프랜차이즈 권리를 부여한 미국도 마찬가지다. 일정 정도 본사가 투자해야 초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기 쉬워지고, 현지에 적합한 마케팅 방식을 찾고 현지 직원을 교육하는 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파트너가 본사가 정한 규정을 지키며 품질을 제대로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BBQ는 배달 중심의 영업방식도 바꿨다. 현지 상황에 맞게 매장 영업과 배달 영업을 적절히 혼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현지 파트너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했다. 중국과 일본은 배달보다 매장 영업의 비중을 높였다. 싱가포르와 몽골은 매장 영업만 하고 있다. 미국, 베트남, 말레이시아에서는 매장 영업과 배달 영업을 혼합해 운영 중이다. 매장 형태도 ‘카페형’으로 바꿨다. 현재 중국의 일부 매장을 제외하면 굳이 플래그십 스토어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카페형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BBQ는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기반을 주요 국가에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BBQ치킨이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BBQ치킨만의 독특한 브랜드 정체성을 찾고 인지도와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
음식 브랜드 관리에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스토리텔링이다. 맛이란 주관적이며 애매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스토리텔링으로 감성을 자극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 KFC 1호점에 가면 지하에 육중한 금고가 있다. 그 안에 KFC 핵심 소스 등 주요 메뉴의 레시피(조리 방법)가 들어 있다. 이 박물관이 확장해 옮길 때 건장한 보디가드가 레시피를 넣은 007가방을 자기 손에 수갑을 채워 운반하는 과정이 CNN에서 생중계됐다. 이는 전 세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BBQ치킨이 세계에 통용될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라마다 다른 문화와 정서에 적합한 맞춤형 스토리텔링을 개발해 브랜드 파워를 확산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는 BBQ치킨이 세계인의 치킨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8호 (2010년 6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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