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 260여 자 사흘에 걸쳐 금가루로 필사보은 학림교회 이근태 목사옥천 대성사 찾아 직접 전달
충북 옥천군 옥천읍 대성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서 이근태 목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 사찰의 주지 혜철 스님에게 자신이 사경한 반야심경을 전달하고 있다. 오른쪽은 옥천성당 신순근 신부. 사진 제공 대성사
충북 보은군 보은읍의 학림교회 이근태 목사는 부처님 오신 날인 21일 옥천군 옥천읍의 태고종 사찰인 대성사(주지 혜철 스님)를 찾았다. 이날 이 목사는 직접 사경(寫經·경전을 필사하는 것)한 ‘반야심경’을 선물하고 신도들에게 축하 인사와 함께 종교 간 화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부처님 오신 날 선물을 하기 위해 사흘에 걸쳐 가로 60cm, 세로 25cm의 감지(紺紙·검은빛이 도는 짙은 남색으로 물들인 종이)에 금가루로 반야심경 260여 자를 촘촘히 사경했다. 또 조만간 ‘금강경’도 사경해 선물할 계획이다.
그는 목사가 (불교)경전을 써 불교계에 전달하는 것을 두고 기독교계의 비난과 눈총이 있을 것으로 알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성철 스님도 생전에 성경을 다섯 번이나 읽으셨습니다. 내가 믿는 종교가 귀하면 다른 사람이 믿는 종교도 귀한 것이죠.” 타 종교라고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그릇된 생각이라는 게 이 목사의 소신이다.
혜철 스님은 “2년 전 학림교회 성탄예배 때 축하 인사차 방문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며 “종교 간 벽을 넘어 서로 이해하는 모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성사의 ‘부처님 오신 날 대법회’에는 이 목사를 비롯해 옥천성당의 신순근 신부와 신도 등도 방문해 종교 간 화합의 모습을 보여줬다.
옥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