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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강철체력 태극전사도 “아기 돌보는건 힘들어”

입력 | 2010-05-17 11:02:47

차두리 선수. 스포츠동아 DB


축구선수들은 한 경기에 얼마나 뛸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최고의 프로축구 선수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 후반 90분 간 미드필더가 10~12㎞, 수비수가 9~11㎞, 공격수가 8~10㎞를 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에서도 '축구화 바닥에 페인트를 묻힌 뒤 뛰면 그라운드에 온통 발자국이 남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많이 뛰는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보통 11㎞에서 많게는 13㎞까지 뛴다.

박지성은 3월 11일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AC 밀란과의 경기에서도 막강한 체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해 AC 밀란 '공격의 핵'인 안드레아 피를로를 완벽하게 차단했고 골도 터뜨리며 팀의 4-0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이날 박지성은 총 11.88㎞를 뛰었다. 반면 피를로는 11.22㎞.

660m를 더 뛴 박지성은 이날 피를로를 봉쇄하며 '피를로 지우개'라는 별명이 붙었다.

'상대 선수보다 한발짝 더 뛰면 이긴다'는 축구의 상식이 여실히 증명된 셈.

하지만 축구선수는 육상선수처럼 무조건 뛰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공중볼을 다투며 점프를 하기도 하고, 상대 선수를 젖히기 위해 몸을 심하게 틀기도 하는 등 격렬한 동작을 동반한다.

이 때문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웨인 루니(잉글랜드), 김남일 등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이 '스포츠 헤르니아'로 불리는 탈장에 걸릴 정도로 힘든 스포츠가 바로 축구다.

뛰는 것에 관한한 박지성 못지않은 태극전사가 '폭주 기관차' 차두리(30·프라이부르크).

독일에서 태어난 차두리는 어릴 때 육상을 해 잘 뛸 뿐 아니라 스피드도 뛰어나다. 특히 국가대표팀에서는 주로 오른쪽 윙백을 맡아 수비도 하고 오버래핑 시에는 공격에도 많이 가담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 많이 뛴다.

그런데 이런 차두리도 "정말 힘들다"고 하는 일이 있으니, 그게 바로 '아기 보는 일'.

2월에 딸 아인이를 얻은 차두리는 "기저귀 갈아주고 트림시키는 일 등에는 익숙해졌다"면서도 "그러나 밤새 여러번 깨는 아기를 한창 자다 일어나 정성스럽게 돌보는 일은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도 어여쁜 딸 덕분에 싱글벙글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차두리를 아직 애인도 없는 박지성은 부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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