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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주거안정” “민간공급 위축” 보금자리 효과 엇갈린 시각차

입력 | 2010-05-06 03:00:00


건설업계
아파트시장 수요 왜곡…장기적 집값폭등 유발

정부
지나친 우려… 수요층 달라
공공주택 건설 더 늘려야


현 정부의 핵심 주택정책인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민간 건설사들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과도하게 민간 공급을 위축시켜 결국 전체 주택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건설업계에서는 “보금자리 청약기간에 신규 분양을 하는 것은 매우 무모한 짓”이란 분위기가 팽배하다. 정부는 이를 두고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민간시장이 위축된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며 건설업계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 수요층과 시장 안정효과가 쟁점

이 논쟁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의 ‘수요층’ 문제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은 청약저축 가입자, 민간주택은 청약예·부금 가입자에게 공급되므로 수요층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한다.

실제 현행법상 청약저축 가입자는 민영주택 청약이 불가능하고, 청약예·부금 가입자는 공공주택인 보금자리주택에 신청할 수 없다. 게다가 유주택자라면 청약저축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공공주택과 민간주택 수요자 사이에는 건너기 힘든 구조적인 경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의 주장은 다르다. 이들은 “보금자리주택이 심리적인 면에서 민간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항변한다. 주변 시세의 최저 60%에 불과한 보금자리주택의 가격이 평가 기준이 돼 민영아파트 분양가가 너무 높다고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바로 옆에 보금자리가 들어서는데 두 배 가까이 비싼 민간주택에 눈길을 주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쟁점은 보금자리주택의 주택시장 안정효과다.

건설사들은 “보금자리주택이 단기적으론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집값 불안을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금자리주택 건설로 민간부문의 공급이 줄고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파산이 잇따르면 나중에 주택 수요가 회복됐을 때 이를 감당하기 힘들어 결국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지다.

거꾸로 정부는 이 같은 공급 부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공공주택 건설을 늘려야 한다고 반박한다. 2007년만 해도 50만 채를 훌쩍 넘었던 주택 공급은 지난해 38만 채 수준까지 떨어졌다. 공급 감소가 2, 3년 후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선 공공부문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 보금자리 정책 수정해야 하나

일부 전문가는 보금자리주택이 기존 취지와 달리 서민이 아닌 중산층의 ‘로또’로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서울 강남의 전용면적 84m²형은 3.3m²당 최고 1340만 원의 분양가로 계산하면 아파트 가격이 4억5000만 원가량이다. 강남에 이 정도 가격의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계층에게 과연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주택 공급을 해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실장은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선진국에서 국가가 주택을 만들어 분양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중산층을 대상으로 분양주택 사업을 하기보다는 임대주택 비중을 늘리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급 대상 기준을 좀 더 강화해 말 그대로 서민을 위한 주택 공급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보금자리 분양주택 청약 기준에는 신혼부부 생애최초 등 일부 특별공급 물량을 제외하면 소득이나 자산 제한이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보금자리주택 자체는 당위성이 있는 만큼 분양가 상한제나 재건축 규제 등 그동안 민간투자를 제한했던 규제를 푸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공공은 저가 주택, 민간은 고급 주택으로 시장이 나뉘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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